유명인 7명, 데일리 메일 발행인 상대 소 제기…"25년간 사생활 침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해리 왕자와 가수 엘튼 존이 27일(현지시간) 타블로이드지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 정보수집 의혹 소송과 관련해 법원에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통신과 BBC 등 영국 언론은 해리 왕자가 이날 오전 런던 법원의 예비심리에 참석했으며, 경호원들과 함께 나타나서 정문으로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굿모닝'이라고만 답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거주하던 해리 왕자의 귀국은 지난해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이후 처음으로, 해리 왕자가 이 소송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고 BBC가 전했다.
텔레그래프지는 이번 방문 중 아버지 찰스 3세 국왕과 형 윌리엄 왕세자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왕실 관계자는 이날 이들이 모두 런던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해리 왕자와 가수 엘튼 존 부부, 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새디 프로스트 등 유명인 7명이 작년 10월 데일리 메일 등의 발행인인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변호인은 데일리 메일 등이 1993년부터 2018년까지 25년간 불법 정보 수집으로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는 ▲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집과 차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뒤 통화 내용을 녹음 ▲ 내부 민감한 정보를 위해 경찰에게 돈을 줌 ▲ 의료 정보를 사기로 받아냄 ▲ 불법 수단과 조작으로 금융 거래 명세와 신용 이력에 접근 등이다.
변호인은 소송 제기 당시 성명에서 "원고들은 끔찍한 범죄 활동과 사생활 침해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명백한 증거를 확인하고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소를 제기하며 데일리 메일 등이 적어도 2001년 초부터 2013년 말까지 자신에 관한 기사를 쓰려고 불법 수단을 사용했고 형과 형수인 미들턴빈의 어머니도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데일리 메일 발행인 측은 당시 성명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이 의혹에 관해 파악한 이후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으므로 소송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앞으로 4일간 심리를 하고 소송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데일리 메일 발행인 측은 인권법을 적용해서 이번 소송에 연루된 기자들의 이름을 공개하면 안된다고 요구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해리 왕자는 재판정에서 검은색 작은 수첩에 메모하며 주의 깊게 경청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을 떠난 이유에는 타블로이드지의 횡포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건에 관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선 데일리 미러지 발행인인 미러 그룹과 더선지의 발행인인 뉴스 코프와 소송 중이다.
이날 법정에는 엘튼 존 부부도 점심께 나타났다. 이들은 윈저의 집 전화가 도청됐으며 개인 비서와 정원사들도 데일리 메일 등의 타깃이 됐다고 주장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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