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최신 2차전지 트렌드를 다루는 '인터배터리'에 총출동하는 가운데 키워드는 다각화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붐을 일으키면서 한국 배터리업체들도 기존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NCM)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다양한 제작기술도 선보인다. 고객인 완성자동차업체들의 주문도 다양한 만큼 배터리 관련 모든 분야에서 앞서는 기술력을 보유해야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3사는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차전지사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3’에서 LFP를 비롯한 보급형 배터리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LFP는 국내 기업들의 주력 상품인 NCM 배터리보다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은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해 테슬라·폭스바겐·벤츠 등 전기차 제작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저렴한 LFP 배터리 탑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CATL과 BYD를 필두로 한 중국계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예전부터 LFP 배터리는 ‘저가형’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에는 LFP의 가장 큰 약점인 짧은 주행거리 역시 급속도로 개선되며 삼원계 배터리에 준하는 수준까지 기술력이 좋아진 상황이다.
게다가 가격은 여전히 삼원계 대비 저렴한 만큼 업계에서는 LFP 배터리가 향후 전기차 대중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고 이를 위한 대비를 서두르고 있는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나 BYD는 이 LFP 배터리를 탑재해 반값 전기차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잠식할 계획이다.
이에 삼원계 배터리를 고집해온 3사도 기술력 초격차 전략만으로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국내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SK온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LFP 배터리 시장에의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SK온이 공개할 LFP 배터리 시제품은 영하 20도 이하의 조건에서 운전 시 주행 거리가 50~70%로 줄어드는 기존 제품의 단점이 대폭 개선됐다. SK온 측에 따르면 저온에서도 70~80% 수준의 주행거리 유지가 가능하다.
LG엔솔은 국내 전시회 최초로 LFP 배터리 셀 완성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차용은 아니나 국내 최초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 기대된다. 해당 셀을 탑재한 전력망 및 주택용 제품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당분간 LFP 제품을 다룰 계획이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2사가 포트폴리오 확장을 결심한 것만으로 전기차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LG엔솔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LFP 배터리가 중저가 (전기차)시장의 성장기반을 마련했던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LG엔솔 역시 해당 시장을 인지하고 투자 및 기술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LFP가 주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삼원계와 LFP 투트랙 전략으로 한국 배터리만의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LFP 제품이 가격 경쟁력은 우수하지만 성능 면에서는 아직까지 삼원계 배터리의 성능을 뛰어넘기는 어렵고 배터리 제작이 외주로 진행되는 만큼 전기차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상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배터리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LFP 배터리가)가격 경쟁력이 워낙 좋기에 성능보다 가격이 중요한 시장에서 계속 커나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하지만 성능 위주로 생각하면 태생적으로 국내 삼원계 배터리 성능을 뛰어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온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LFP가 강세긴 하지만 어느 한 쪽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이 아예 이동하거나 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배터리 업체들은 시장의 요구에 맞춰서 공급을 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고객을 확대하고 다양한 신제품도 계속 내놓으며 증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사들이 다각화에 나서는 것은 LFP 분야 뿐만이 아니다. 제품 라인업 및 제작기술도 다양화한다.
LG엔솔의 경우 △사내 독립기업 쿠루(KooRoo)의 전기이륜차용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 전기차 배터리 종합 진단 서비스인 B-라이프케어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프리폼 배터리 △가상현실(VR) 고글 등에 사용되는 커브드 배터리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삼성SDI의 경우 스태킹(Stacking) 공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공법은 배터리 소재를 층층이 쌓는 것으로 기존 와인딩(Winding) 공법보다 공간 효율성이 높아 주행거리 및 성능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원통형으로 돌돌 마는 방식이 와인딩 방식”이라며 “각형도 그런 식으로 제작해왔는데 최근 P5 배터리부터는 스태킹 방식을 채택해왔다. 해당 장점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SDI는 배터리 브랜드인 프라이맥스(PRiMX)의 사물배터리(BoT) 애플리케이션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 역시 선보일 계획이다.
SK온은 삼성SDI와 마찬가지로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공개하고 각형 배터리의 실물 모형도 처음으로 공개한다.
파우치형 만을 고집해온 SK온에 있어 신형 폼팩터(형태)인 각형 발표는 LFP 배터리 발표만큼이나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간 국내 경쟁사들은 각자 적어도 2종 이상의 배터리 형태를 통해 보다 수요자의 요구에 맞춘 배터리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SK온이 이번에 선보일 각형 배터리는 초고속 충전 배터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해당 배터리는 올해 초 SK온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던 급속 충전 배터리(18분 동안 80% 충전 가능)보다 충전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온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전고체를 제외한 각형과 LFP 배터리는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며 “시제품 단계는 넘어섰으나 양산까지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력은 갖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인터배터리에는 보여드릴 것들이 많다”라며 “연구해오던 것들을 시장에 내보이면서 OEM 시장의 니즈를 확인하고 배터리 시장에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준비하는 자리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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