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잔혹사 [기자수첩-정치]

사무총장 잔혹사 [기자수첩-정치]

데일리안 2023-03-10 07: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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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독이 든 성배를 들 것인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에는 '사무총장 잔혹사'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 생겼다. 과거 국민의힘 계열 사무총장인 이방호(18대)·권영세(19대)·황진하(20대) 전·현직 의원이 해당 총선에서 줄줄이 낙선했기 때문이다. 역대 사무총장들은 자신을 비롯한 다른 사람의 공천권에 실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본인 선거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총선을 앞둔 사무총장직은 '공천권'이라는 매력적인 요소 때문에 늘 시선이 집중된다.

이제 국민의힘의 시선이 '사무총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기현 신임 당대표는 오는 주말 동안 신임 지도부와 주요 당직 인선을 함께 고심한다. 3·8 전당대회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였던 김 대표 당선과 범친윤계 최고위원 5명 전원 당선 등 친윤계 완승으로 끝났다. 윤 대통령이 주장한 '당정일체' 실현이 다가왔다. 총선에서 당 살림을 책임지면서 실무를 이끄는 사무총장을 친윤 핵심 인사들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의도에서 일찌감치 나왔다.

총선을 앞둔 사무총장직은 '독이 든 성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본인과 동료 정치인들의 공천·낙천에 관여하니 '성배'를 든 것 같이 보이나, 정작 본인 선거에서는 떨어지니 '독배'를 마신 것과 같았다. 여기에 역대 사무총장들은 모두 '친이·친박·비박' 공천파동을 겪었다. 본래 '1명을 공천하면 9명이 원수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적(敵)을 많이 만들 수밖에 없는 자리다. 임기 후 좋은 모습을 보이기 어려웠다.

사실 사무총장 잔혹사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깨졌다. 당시 미래한국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완수 경남지사가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으로 이름이 바뀐 미래한국당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당대표·사무총장을 향한 비판이 가벼울 리 없다.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 심판 성격 선거다. 이번 사무총장은 '친윤·비윤' 등 공천잡음을 극복하고, 자신과 당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독이 든 성배를 과연 누가 들지 여의도의 시선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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