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법원판결 후 日 보복조치 등 한일관계 악화일로
文정부 시절 한일기업 출연 '1+1안'·'문희상안' 불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일관계의 최대 쟁점이었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가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지 4년 4개월 만에 첫 공식 해법 발표로 전환점을 맞게됐다.
정부는 6일 징용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풀겠다는 방침을 공식 밝힐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한일관계의 오랜 난제였던 징용 배상 문제를 두고 엉킨 실타래가 풀릴지 주목된다.
그간 양국은 징용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쳤다.
한일 관계는 대법원이 2018년 10월과 11월 각각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내용의 확정판결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기 시작했다.
피고 기업의 피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역사적인 판결이었지만 이들 기업이 배상 이행을 거부했고, 이에 피해자들이 피고 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 현금화 절차를 추진하면서다.
일본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로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8월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해당 문제를 풀고자 여러 협상안을 마련했으나 모두 수포가 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정부는 2019년 6월 한일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에게 배상한다는 일명 '1+1'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지만, 일본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같은 해 말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은 한일 양국 기업과 정부, 국민이 참여하는 '기억인권재단' 설립을 통해 피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명 '문희상안'('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징용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해 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한일관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평행선을 달리던 양국 간의 본격적인 협상 동력이 마련됐다.
새 정부는 한일관계를 한층 악화시킬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매각)가 임박해진 상황에서 현실적인 외교적 해법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징용 배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회를 출범시켜 국내 의견수렴에 나섰고 올해 1월에는 국회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자리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조성한 기금으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에게 피고기업 대신 판결금을 주는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했다.
한일 외교당국은 실무급에서부터 차관급, 장관급까지 각급에서 협상 채널을 속도감 있게 가동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본 측에 피고 기업의 배상 기금 조성 참여와 진정성 있는 사과 등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해왔다.
한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등 현안의 '조기 해결'에 공감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과 관련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다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독일 뮌헨안보회의 계기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만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면서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양국 협상의 결과물로 나온 정부 해법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 자금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이 판결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우선 출연하고 이를 피고 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에서는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이 일단 판결금 기부에 참여하지 않아 앞으로도 피해자 측의 반발 등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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