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 '올인'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내고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 성향은 스마트폰을 쥐고 10대 성장기를 보낸 이른바 Z세대의 특징이라고 한다.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는 Z세대를 1997년생부터로 정의했다. 새로운 기술 발전 및 사회경제적 흐름 관점 등에서 이전 세대와 다른 경험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 70명 규모 스타트업 이끄는 Z세대 사장
'라스트 마일'(Last Mile) 물류 영역의 자동화를 꿈꾸는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Z세대다. 올해 만 26세로, 국내 스타트업 대표 중에서도 젊은 축에 속하지만 70여 명 규모의 어엿한 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연세대 천문학과 재학 시절부터 창업을 생각하고 직접 실행에 옮겼다.
만 20세 때인 2017년 죽이 잘 맞던 기숙사 친구, 그리고 친구의 친구들과 힘을 모아 뉴빌리티를 창업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시도에 나섰다고 한다.
로켓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게임 디바이스 제작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배송 영역에서 인력을 대체하는 자율주행 로봇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직감하고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
지난달 24일 서울 왕십리로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이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이곳에는 뉴빌리티 사무실과 로봇 조립·테스트 시설이 입주해 있다.
◇ "라스트 마일 물류 30~40%, 로봇이 커버할 것"
뉴빌리티는 실외에서 움직이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설계해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생산하고 이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RaaS, Robot-as-a-Service)를 제공한다.
출범 2년째인 2019년부터 자율주행 로봇 제작에 착수해 2020년 첫 브랜드 제품으로 '뉴비'(Neubie)를 내놓았다.
뉴빌리티는 뉴비를 앞세워 시리즈 A 단계까지 누적 기준으로 아시아권 선도 투자업체인 IMM인베스트먼트와 삼성웰스토리, 롯데벤처스, SK텔레콤, 신세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268억원의 투자금을 받는 데 성공했다.
로봇 역할이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라스트 마일 물류에서 앞선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로봇이 적어도 라스트 마일 물류의 30~40%를 커버하게 될 것"이라며 이 분야의 기술이나 서비스 면에서 가장 잘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어깨를 폈다.
라스트 마일은 통상 최종 소비자와 맞닿는 약 2㎞ 범위의 물류 과정을 일컫는다. 생산자 쪽에 더 가까운 퍼스트 마일이나 미들 마일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 대표는 "창고에선 로봇이 돌아다니고 생산 공정은 자동화됐지만,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마지막 단(라스트 마일)은 아직 자동화가 안 된 물류 영역"이라며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은 환경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알파고 열풍을 계기로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고 AI를 받쳐주는 반도체의 급속한 성능 고도화에 힘입어 라스트 마일을 책임질 똑똑한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음식점 서빙 로봇인데요. 앞으로 길거리에서도 배달 로봇을 쉽게 만나게 될 겁니다. 로봇이 라스트 마일 영역에서 일상 깊숙이 침투할 거란 얘기죠."
◇ 복잡한 도로 씽씽 달린다
뉴비는 사람의 눈과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로 상대적으로 비싼 라이다(LiDAR)가 아닌 카메라 센서를 사용한다.
2020년 첫선을 보인 후로 지속적인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
복잡한 실외 환경에서도 다양한 장애물을 피하고 웬만한 도로 턱을 넘으면서 설정된 목적지까지 스스로 갈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안전 적재중량은 25㎏이지만 최대 40㎏의 물건을 나를 수 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등에 따른 규제로 자율주행 로봇이 보도 통행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 때문에 뉴빌리티는 신기술을 써볼 수 있는 실증 특례 제도를 활용해 재작년부터 인천 송도와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제한된 구역에서 치킨 같은 음식 및 편의점 물품으로 뉴비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반 도로 상황에선 안정적인 배달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비정상적 상황들을 빠르게 파악해 대처할 수 있도록 로봇 기능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뉴빌리티는 도로교통법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곳에서 사업 기초를 닦고 있다.
넓은 공간에서 식음료 서비스가 이뤄지는 골프장, 캠핑장, 독채형 리조트, 호텔 등이다.
이 대표는 라스트 마일 물류가 존재하는 이들 시장에서 사람이 맡아야 하는 배달 일을 자율주행 로봇이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뉴빌리티는 뉴비의 성능을 한층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라스트 마일 물류에서 로봇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법적 규제 완화 이슈 말고도 다양한 물리적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호텔이나 독채형 리조트에서 엘리베이터와 출입문에 연동해 자율주행 로봇이 다닐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모두 풀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람 역할에 더해 한층 저렴하고 빠르게 제공해 서비스의 완결성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골프장, 캠핑장 등 다양한 실외 공간에서 사람을 대신해 배달 일을 하는 뉴비는 현재 58대다.
이 대표는 뉴비에 순찰 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라며 사람 두 명 몫을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뉴빌리티는 그간의 연구개발 중심에서 올해부터 양산 체제로 전환했다.
시장 수요를 보면서 월 100대 규모인 로봇 생산 능력을 월 500대(연 6천 대) 수준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올해 국내 시장에 300~400대를 공급해 서비스 구역을 50곳 이상으로 늘리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2025년까지 누적으로 5천 대 이상의 국내외 공급 목표를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놓았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로봇 생산 공장을 베트남에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빌리티는 기업고객 대상의 B2B 사업을 주력으로 하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봇을 사서 직접 운용해도 되고, 월 구독 방식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일어나 처음으로 연간 수지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표는 산업용 로봇과는 다르게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같은 서비스 로봇 분야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데이터를 쌓아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미래 출구전략에 대해선 "M&A(인수합병) 가능성에도 준비돼 있어야겠지만 M&A를 목표로 기업 활동을 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업공개(IPO)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IPO 전에 매출 1천~2천억 규모의 회사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로봇은 20년 전에도 미래였고 또 지금도 미래입니다. 뉴빌리티는 다양한 로봇 가운데 라스트 마일 배달 영역에서 가장 잘하는 사업자로 발돋움할 겁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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