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경영권 분쟁 촉발시킨 얼라인파트너스
목적은 ‘단기 차익 실현’…주주가치 제고 허상
“주주 제안 난무시 장기적으로 기업에 악재”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지난 2020년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리스크가 해소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주총은 시작 전부터 지배구조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과 주주 권리 행사를 위한 주주 제안 확대 등의 이슈가 부상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열기를 예고한 상태다. 올해 주총에서 나타날 이슈들과 주목할 점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하는 기업마다 주가가 뛰며 소액주주들도 덩달아 신이 난 모양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행동주의 펀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선봉장에 선 해결사란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으나 일각에서 주총 이후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이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은 단기 차익 실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가 법적으로 제도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관여가 되레 소수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한편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마저 저하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에스엠 경영진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약 1119억원 상당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와 10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이후 회사의 주가는 40.13%(9만2200원→12만9200원) 급등했다.
카카오의 지분 확보를 신호탄으로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측(이수만+하이브)과 범 경영진 측(현 경영진+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사이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른 거다.
주총 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양측에게 필요한 건 결국 지분이다. 이 가운데 법원이 카카오 상대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을 막아달라며 이 전 총괄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범 경영진 측은 열세에 놓이게 됐다.
그런데 범 경영진 측에 속하면서도 손해를 보지 않을 곳이 있다. 지분 1.1%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당초 경영권 분쟁이 올 초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스엠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과 회계장부 열람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며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과 별개로 보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 확대와 함께 자신들도 막대한 이득을 챙기게 됐으니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는 성공을 거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얼라인파트너스의 이 같은 행보가 전적으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당초 카카오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를 발행하도록 한 것 자체가 소액주주 이익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조치라는 것이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행동주의 펀드와 주주의 비례적 이익 ’을 주제로 열린 한국증권법학회 정기 세미나에서 카카오의 지분 취득 과정과 하이브의 공개 매수 과정이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상법 상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인정되지 않아 이 모든 과정이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용인 됐다”며 “미국 시장에서 에스엠 분쟁이 일어났다면 의사결정을 주도한 이사회와 멤버들에게 다수의 민사 소송이 쇄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의 개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에 집중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주주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주주제안 중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대한 요구가 활발한데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는 있으나 기업들이 단기 배당 확대에만 집중할 경우 경영에 제한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은 결국 이익”이라며 “주가를 띄우려는 무분별한 주주제안이 난무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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