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수현 기자] 북한의 한 가수가 국내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그 배경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칭찬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17일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밤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대공연 영상을 분석한 결과 북한 신인가수 정홍란이 부른 '우리를 부러워하라'가 걸그룹 여자친구가 2017년 발표한 곡 '핑거팁'을 상당 부분 베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두 노래가 아주 흡사하다'는 주장을 보고 전문 음악인에 두 곡의 유사성에 대해 의뢰했다"며 "두 개의 곡이 똑같은 음이름으로 표현됐다. 결국 표절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를 부러워하라'는 1999년 8월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통일예술축전에서도 공연된 적 있는 오래된 북한 가요다.해당 곡은 올해 첫날 열린 신년경축대공연에서 공연됐다.

문제의 구간은 '세상이여 부러워하라/우리를 부러워 하라/원수님의 그 믿음 속에/충신이 된 우리 인민을' 구절 직후 부분이다. 음악과 화면이 함께 전환되며 가수들이 춤을 추는데, 누리꾼들은 이때 나오는 멜로디가 핑거팁과 매우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원곡인 '핑거팁' 가사 중 '탕탕탕'이라는 가사와 총을 쏘는 듯한 안무가 포함된 것도 유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 교수는 북한이 이런 기성가요를 K팝과 유사하게 편곡한 건 지난해 정권수립 74주년(9·9절) 공연 때부터 일관되게 관찰되는 모습으로, 북한 노동당 차원의 관여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지난해 북한의 2020년 9·9절 공연 때 가수 김유경과 정홍란이 등장해 남한의 R&B 스타일로 노래를 편곡해 불렀는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공연이었다. 아주 멋진 편곡이 이뤄져서 획기적인 변화였다'고 평가했다"며 "이 때문에 신년경축대공연에서도 편곡을 하고 남한 걸그룹 노래를 표절한 것"이라고 표절 이유를 분석했다.

한편 여자친구의 노래는 외래어 사용이 최소화된 직관적인 한국어 가사와 벅차오르는 감정을 녹여낸 멜로디로 큰 사랑을 받으며 '대북심리전'에 쓰인 적이 있다.
우리 군이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 가장 많이 방송된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여자친구의 히트곡들로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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