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악재…기업들 ‘혹한기’ 전략 다시 짠다

끊이지 않는 악재…기업들 ‘혹한기’ 전략 다시 짠다

데일리임팩트 2022-12-14 20:32: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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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들이 새해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것을 전제로 비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새해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것을 전제로 비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년 구상에 들어갔다.  

올 초만 해도 ‘복합 위기를 넘어보자’며 의지를 다졌던 기업들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상반기까지 견조한 성적을 냈던 반도체마저 상승세가 꺾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주력 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정학적 변수의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거시경제 흐름도 낙관적이지는 않은 상황. 올 한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던 기업들은 내년 ‘혹한기’를 전제로 극한의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내년도 경영 방향성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 어디에서도 출구를 찾기 어려워서다. 그나마 기대했던 정부의 입법 지원도 불투명해지자, 대내외 변수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내실을 다질 방안을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가장 먼저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친 LG그룹은 지난 8일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단 협의회를 열었다. LG그룹은 분기별로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사장단 협의회를 통해 단기 경영 계획을 구체화해왔다. 

이번 사장단 협의회에서는 내년도 경제 전망을 반영해 대외 불확실성을 해소할 전략이 다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친환경 정책과 전동화 추세에 따라 수요가 급증한 전기차 관련 분야 외에는 사업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핵심 계열사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LG전자의 TV와 생활가전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3분기 TV사업은 554억원의 적자를 내며 손실 규모가 커졌다. LG유플러스는 플랫폼기업으로 전환을 공식화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가는 시점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발 리스크가 상당기간 누적된 상태고, LG디스플레이 역시 고객사의 재고가 증가함에 따라 액정표시장치(LCD)는 물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도 출혈이 예상된다. 주력 계열사의 과반 이상이 실적에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LG그룹은 계열사들의 경영 실적과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망부터 판매까지 구체적 목표를 수립하고 세부 전략을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삼성도 새해 경영 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삼성은 다른 그룹들과 달리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으로 그룹 매출의 3분의 2를 삼성전자가 책임지고 있어,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을 계열사들이 좇아가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글로벌전략회의는 그룹의 신년 구상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진다. 

삼성전자의 글로벌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개최되는 전사 정례회의로 사업부문장, 해외법인장 등 국내외 임원들이 모여 사업별 변수를 점검하고 단기 경영 목표를 조정한다. 이번에는 15일부터 DX 부문을 논의 한 뒤 일주일 기간을 두고 DS 부문 회의가 열리게 된다. 

하반기 회의의 핵심 주제는 경영 효율화와 실적 방어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DX부문은 경영 효율화 전략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네오 QLED TV, 갤럭시S와 Z 시리즈 등 프리미엄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IT와 가전 구매율이 감소하면서 재고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3분기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 1년 사이 38.5%나 늘었다. 게다가 내년에는 TV, IT 수요가 더 줄어든 전망이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추가 수익을 낼 사업이 검토될 수 있다. 

DS부문은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세밀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 둔화가 내년 하반기까지는 이어진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타개책으로 선행기술력 강화를 내걸었다. 5세대 10나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급 D램을 시작으로 2024년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세대, 2025년 2나노, 2027년 1.7나노 양산을 선언했다. 메모리와 시스템 양쪽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을 부각시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선단 공정에서 수율이 궤도에 오르지 않은 만큼, 조기에 안정화하고 메모리 가격 하락을 상쇄할 차세대 제품 로드맵을 점검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재고를 재활용하는 동시에 투자 속도를 조율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여겨진다. 

SK그룹 또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타개책을 논의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측된다. 

SK그룹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를 미래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문제는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이 90% 이상이다 보니, 반도체 불황에 따른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이다. 더욱이 바이오, 배터리는 현재까진 투자사업에 속하고, 친환경 분야 역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엔 이르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시장이 공감하는 경영전략’, 즉 파이낸셜 스토리를 거듭 강조하며 실적과 주가 관리를 당부했다.  

SK그룹 신년 구상의 단초는 지난 10월 말 열린 CEO 세미나에서 찾을 수 있다. 계열사 CEO들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지정학 위기와 고물가, 금리, 환율 같은 거시경제 지표들을 점검하고,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지정학 현안, 기후변화, 물가 인상의 현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엄중한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에 경영시스템 2.0 구축, 파이낸셜 스토리 재구성에 속도를 올리기로 했다.

CEO 세미나 논의를 사업별로 세밀하게 적용해 계열사별 신년 계획이 수립될 전망이다. 특히 경제적 해자(垓子)를 구축하기 위해 시장 내에서 독보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사업들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스퀘어를 비롯한 그룹 ICT 계열사 수장들이 연합 회의를 개최하고 사업 간 협력과 투자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논의했다. 

매출 500대 기업 ‘2023년 국내 투자계획. 자료. 전경련. 
매출 500대 기업 ‘2023년 국내 투자계획. 자료. 전경련. 

기업들의 신년 구상은 매년 반복되는 경영 일정이다. 그럼에도 경영계가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기업들의 위기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총수들은 조직에 생존전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구 회장은 하반기 내내 경영회의를 진행했다. 사장단 워크숍에 이어 한 달 동안 사업보고회를 진행했다. 마무리 되자마자 곧바로 사장단 협의회를 열었다. 한 달 단위로 달라지는 사업 환경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실행 전략을 조정한 셈이다. 그룹의 경영 환경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계획을 짜고 있다’고 여러 번 밝혔다. 그는 CEO 세미나에서 손자병법에 나온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를 인용해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내년 경영 시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예 비상경영을 공식화하고 고강도의 관리에 들어간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 3사 또한 지난 9월 CEO 공동담화문을 통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합류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모든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로 방침을 세웠다. 해외출장은 화상회의로 대체하고, 소모품도 재활용을 권고했다. 이를 통해 50% 이상 비용을 줄인다. 매월 비용절감 상황까지 점검한다. 

기업들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수출 감소,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고환율 같은 경제 여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기업의 미래 동력과 직결되는 단기 투자도 불투명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의 48.0%가 내년도 투자계획이 없거나(10.0%)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38.0%)고 답변했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52.0%)도 투자 규모를 선뜻 늘리지 못했다. 과반(67.3%)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고, 투자룰 축소(19.2%)하겠다는 기업이 확대(13.5%)보다 많았다.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꺾이고 있는 것이다. 

출구전략을 짜기도 녹록치 않다. 국내 기준금리는 3.25%로 기업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종 금리를 5%대까지 올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한번 더 상향 조정될 경우, 흑자 도산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이라 월 단위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버텨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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