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툰 사람들’은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작가 겸 연출가 장진의 초창기 작품이다. 1995년 서울연극제 출품작으로 초연했고, 2007년과 2012년 장진이 직접 연출을 맡아 전회차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10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은 장진 연출이 다시 연출을 맡아 시대 변화에 따라 직접 대본을 수정했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연극은 기대 이상으로 웃긴다. 한정된 공간에서 두 사람이 보여주는 팽팽한 긴장이 어이없게 해소되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도둑 앞에서 쩔쩔 매던 여자가 어느 새 덕배를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관계의 변화가 그렇다. ‘말굽버섯’ 물을 놓고 벌어지는 소동, 아랫집 남자와 화이의 친구, 아빠로 등장해 극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멀티맨’도 확실한 웃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서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며 관객을 극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에서 장진 연출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장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시대상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낯선 남자가 들어온다’는 설정 자체가 관객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 의문이다. 여자는 도둑을 향해 “해코지를 하지 않아 고맙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데, 나름의 농담이지만 2022년 시점에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대사로 다가온다. 조금 뻔할 수는 있겠지만 젠더 프리 캐스팅을 도입했다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물론 이 작품은 코미디다. 초반부의 설정만 눈 감고 넘어가면 공연 내내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온몸을 내던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의 아쉬운 부분을 잊게 만든다. 도둑 덕배 역의 이지훈·오문강·임모윤, 여자 화이 역의 김주연·최하윤·박지예가 만들어내는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멀티맨 역의 이철민·안두호도 감초다운 코믹 연기를 빵빵 터뜨린다. 공연은 내년 2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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