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견디겠다”지만…식품업계 가격 줄인상에 소비자 등골 ‘휘청’

“못 견디겠다”지만…식품업계 가격 줄인상에 소비자 등골 ‘휘청’

데일리임팩트 2022-08-27 06: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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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간편식 매대에서 점심 식사를 고르고 있는 직장인. 사진. BGF리테일
편의점 간편식 매대에서 점심 식사를 고르고 있는 직장인. 사진. BGF리테일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밥상물가 안정을 이유로 눈치를 보던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에 나섰다.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 라면과 스낵, 햄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재료비가 오른 데다, 물류비와 환율까지 상승해 ‘원가 부담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식품업계의 입장. 곡물 수입단가가 불안정한 데다, 원유(原乳) 가격이 재조정될 수 있어, 인상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폭염·폭우가 겹친 탓에 채소 가격이 뛴 가운데 가공식품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주요 채소류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소매 가격 기준으로 배추는 포기당 6645원으로 하루 만에 1.1% 올랐다. 시금치는 1kg당 3만1312원, 청양고추는 100g당 1156원으로 전날 대비 각각 2.2%, 2.6% 상승했다. 당근 역시 전날보다 3.5% 올라 1kg당 4286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애호박(0.4%), 오이(0.6%), 상추(0.5%), 양배추(0.2%), 양파(0.1%) 등 식재료로 활용되는 채소류 기격 역시 계속 들썩였다. 여름 내내 폭염이 지속된 데다, 기록적인 폭우가 겹쳐 채소류는 최근 한 달 사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나마 ‘가성비’가 높았던 가공식품 가격마저 불안하다. 농심은 다음달 15일부터 라면 26개, 스낵 23개 상품의 출고 가격을 인상한다. 라면은 평균 11.3%, 스낵은 5.7% 각각 인상한다. 주요 제품 인상 폭은 출고가 기준으로 짜파게티 13.8%,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다. 앞으로 대형마트에서 신라면을 사려면 봉지당 820원을, 짜파게티는 974원을 줘야 한다. 

육가공품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 CJ제일제당과 동원F&B는 캔 햄 제품인 스팸 클래식(200g)과 리챔 오리지널(200g)의 편의점 가격을 각각 6.7%, 6.9% 인상했다. 다음달부터는 닭가슴살 가격도 오른다. 편의점에서 파는 사조대림 닭가슴살 마일드·블랙페퍼(100g)는 12.1%, 하림 닭가슴살 갈릭·블랙페퍼(110g)는 8.8% 상향 조정된다. 

유가공품 가격 역시 인상을 예고했다. 빙그레 벨큐브 플레인(78g)과 동원의 체다치즈(5매입) 편의점 가격이 15%, 20% 오른다. hy의 야쿠르트 라이트와 쿠퍼스 프리미엄은 10%, 8% 오른다. 이들 제품의 인상 시기는 모두 다음달 1일부터다. 

수산물가공품은 가격 인상을 마쳤다. 국민식재료로 자리 잡은 참치캔의 경우, 동원F&B가 참치캔 가격을 10% 올렸고, 사조도 뒤따라 참치캔 가격은 10~13% 인상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물가 상승으로 ‘대체 식재료’로 인기를 끈 가정간편식(HMR)까지 다시 가격이 상승하는 분위기다. 다음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CJ제일제당의 CJ 햇반 육개장국밥 컵밥은 14.3%, 대상의 안주야 무뼈닭발은 6.7% 오른다.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수입 물가가 오른 탓에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졌다”며 “먹거리 가격 변동은 파급력이 커 최대한 (인상을) 자제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식품은 원가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가장 적은 음료류가 53.8%고, 식용유지는 82.3%나 된다. 그러나 국제 곡물가격은 높은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밀(54.2%), 옥수수(17.8%), 대두(19.1%) 가격이 급등했다. 이 기간 국제 곡물 선물가격지수는 193.3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곡물은 계약한 물량이 3~7개월 지나 국내로 들어오는 까닭에 3분기 곡물 수입 가격은 가장 비싼 값일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189.1로 전분기 대비 15.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가족 단위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김현일 기자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가족 단위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김현일 기자

이런 가운데 원가 압박을 높일 변수들이 남아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원유(原乳) 가격 동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놓고 정부와 낙농업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원유(原乳) 가격 인상률이 결정되지 않았다. 올해 인상분은 리터당 47~58원 사이에서 결정될 예정이지만 평균 원유 가격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 도매단가를 최대 수준인 리터당 58원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유는 물론이고 아이스크림, 빵, 커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 

4분기 들어 국제 곡물 수입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분기 1259.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단가가 오르게 되고, 결국 원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이와 관련, 생산자물가지수는 상승폭이 완만해졌지만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47로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4월(1.6%), 5월(0.7%), 6월(0.6%), 7월(0.3%) 등으로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수 자체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2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보통 한 달 가량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2분기 이미 적자를 기록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은 품목들에 대해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실제 농심이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밝힌 이유는 ‘적자’였다. 가격을 먼저 올린 기업들은 업계 선두그룹이라는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통상 1·2위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다른 기업들도 가격을 조정하는 관례상 전방위적인 연쇄 인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상보다 인상폭이 컸더라도 원자재 가격 변동은 ‘경영 상수’라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근본적인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격이라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이 너무 잦다는 문제 인식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요즘 하도 자주 다양한 품목의 가격을 올리다 보니 일일이 자료를 내지 못할 정도“라며 “우리도 문의가 오고 나서야 알 때도 있는데, 이렇게 올려도 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고민은 가격 인상 카드를 계속 쓰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소비자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순장 소미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원재료 가격이 떨어진다고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먹거리는 가계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감 상승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액션’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원재료 가격 추이와 기업들의 영업이익률 변동 등을 바탕으로 제조원가 대비 정당한 인상분을 책정했는지 분석한 자료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일례로 올 상반기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2.02%였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96%였던 점을 고려하면 원재료 상승이 경영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기업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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