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떠났지만 '후폭풍' 강타…中 무력시위에 대만해협 긴장고조

펠로시, 대만 떠났지만 '후폭풍' 강타…中 무력시위에 대만해협 긴장고조

폴리뉴스 2022-08-05 00:32:09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전격적인 대만 방문으로 고조된 미중 간 긴장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진행된 대만 방문을 마친 뒤 이날 성명을 통해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미국이 대만과 함께하겠다는 강력한 언명(statement)으로 봐야 한다"면서  "중국은 대만의 국제회의 참여를 차단할 수는 있으나 세계 지도자나 사람들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방문 성과와 관련, "안보 측면에서 우리는 침공에 맞서 대만이 자유를 수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미국 의회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는 '21세기 무역 프레임워크'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으며 반도체 지원법이 어떻게 양국 경제를 강화할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 및 우자오셰 외교부장과 면담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 차이 총통에 대해서는 "인상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는 또 대만에서 최고등급 훈장을 받은 것을 거론하면서 "수상식에서 말한 대로 우리의 파트너십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미국 의회의 지지도 굳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대만 방문은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의 일환"이라면서 "우리가 계속해서 지역 및 세계의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를 지원하는 가운데 대만 국민과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이 이틀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대만을 떠났지만, 중국은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 수위를 끌어올리며 보복에 나서는 등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도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중국이 이번 일을 핑계 삼아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패권 다툼에서 시작된 미중 간 해묵은 갈등이 잠재됐던 지역 안보를 둘러싼 위태로운 대결 양상으로 급격히 번지면서 제2의 냉전을 가져다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더불어 전 세계 평화와 안보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후과를 경고했던 중국은 당장 고강도 무력 시위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로는 대만을 향한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중국은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착수한 데 이어 4일 12시부터 사흘간 대만을 둘러싼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만 통일 군사 작전 시나리오를 시행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체류하던 3일 J-11 전투기 등 군용기 27대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켜 대만을 압박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 간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경계선이다. 중국 전투기가 이 선을 넘으면 불과 수 분 만에 대만 땅에 닿을 수 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이러한 무력 시위를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중국은 무력 시위에 그치지 않고 경제 보복 조치에도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건축자재용 등으로 쓰이는 천연 모래의 대만 수출을,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 역시 같은 날부터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의 수입을 각각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미국과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반드시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이 도착한 날 밤늦게 니컬러스 번스 주중미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의사를 존중한다는 뜻을 밝혀온 미국 백악관은 위기 고조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내는 등 '펠로시 후폭풍'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발로 격리 중임에도 3일 오전 국가안보팀과 회의를 열어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계속되는 지원 등 다양한 우선순위를 논의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하지만 대만이 속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언급한 점에 비춰 중국의 위협에 겁박당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의 오랜 정책과 일치하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위기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면서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늘리려는 구실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미국은 위기를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며 상황악화를 경계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당사자인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떠나면서 "중국은 대만의 국제회의 참여를 차단할 순 있지만, 세계 지도자나 사람들의 대만 방문을 막을 수 없다"는 성명을 내는 등 중국의 반발을 일축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구실로 대만해협에서 공격적 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3일 밤 한국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하는 데 이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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