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과 한류, 기이한 동거①]‘겨울연가’부터 ‘사랑의 불시착’까지…흠집내기 속 한류 사랑

[혐한과 한류, 기이한 동거①]‘겨울연가’부터 ‘사랑의 불시착’까지…흠집내기 속 한류 사랑

데일리안 2022-08-04 14:36:00

3줄요약

'겨울연가' 한류의 상징적 의미

'이태원 클라쓰'·'사랑의 불시착'·'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일본 넷플릭스 정상권

'일본에는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이보다 더 양국의 관계성을 잘 표현해 주는 문장이 있을까. 가깝지만 먼 나라로 임진왜란, 일제강점기의 위안부 및 강제징용 등 과거사는 한국과 일본 사이 여전히 예민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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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사회적으로 양국은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의 대중문화를 수용함에 있어서는 2000년 이후 유연한 시각을 가져왔다. 특히 오늘날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은 일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서구권은 2010년 후반 때부터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한국의 콘텐츠에 열광했지만, 일본은 2000년대부터 '한류 열풍'을 음미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류는 일본보다 중국에서 먼저 반응을 보였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지며 서로의 문화가 개방됐고, H.O.T, NRG, 클론 등 한국 댄스 그룹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0년 한국 영화 '쉬리'가 일본에서 개봉했을 당시,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수입 18억 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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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는 보아가 일본 시장에 진출해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로 2002년 1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고 한국인 최초로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 일본 가요계 한류 열풍의 시작을 알렸다. 보아는 그 해 일본 연말 최대 음악 축제인 NHK '홍백가합전'에도 첫 출연을 시작으로 6년 연속 출연했다. 또한 7장의 앨범을 연속으로 오리콘 위클리 차트 1위에 올려놨으며, '일본 레코드 대상' 3년 연속 금상 수상, 일본 음반 판매량 천만 장 돌파 등 눈부신 기록을 세웠다.

본격적인 한류의 붐은 2003년 NHK-BS2를 통해 방영한 '겨울연가'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입소문이 타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폭증했고, 30~40대 중년 주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배용준이 '욘사마'로 불리며 한류를 이끄는 아이콘이 됐다. 최지우와 박용하도 일본 내에서 단번에 스타가 됐다.

'겨울연가'의 경제 파급 효과도 컸다. 일본에선 5705억 원(일본 제일 생명경제 연구소)의 관광수입, 1조 1906억 원의 생산유발액, 5791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한류를 이야기할 때 '겨울연가'가 상징적인 이유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관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한국어 공부, 팬미팅 투어, 관광 등 일상생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단발적인 인기에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 한 편의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류를 지속시켰다. 양국의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겨울연가'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일본에서의 한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실제 '겨울연가' 이후 '아름다운 날들' '올인' '천국의 계단' 등 한국 드라마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한국 드라마로 형성된 한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케이팝(K-POP) 중심으로 재편됐다. 2009년 동방신기가 보아의 사례를 따라 현지화 전략으로 일본에 진출, 한국 그룹 최초로 도쿄돔에서 공연했다. 이후 소녀시대, 카라 등의 걸그룹이 열도를 달궜다. 일본인들은 한국 가수들의 출중한 노래 실력과 퍼포먼스, 배우, 모델, MC 등 멀티 플레이어가 가능하다는 점에 열광했다. 소녀시대와 카라의 경우 소녀들을 공략한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당시 일본 가요계는 모닝구무스메, AKB48 등 걸그룹이 있었지만 남성 팬들이 주 소비자였다. '소녀들의 우상'은 1990년대에 활약한 스피드 이후 걸그룹이 부재한 상황이었기에 소녀시대와 카라가 그 자리를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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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무렵에는 트와이스, 방탄소년단을 중심이 돼 한류를 이끄는 주자가 됐다. 동방신기 때부터 확대된 젊은 소비층은 한류를 문화 수용 형태로 받아들이기 시작, 패션, 뷰티, 라이프 스타일 등에서 한류를 즐겼다.

현재는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케이팝뿐 아니라 드라마까지 다시 일본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4일 일본 넷플릭스 1위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위 '이태원 클라쓰', 3위 '환혼', 4위 '미남당', 5위 '블랙의 신부', 6위 '사랑의 불시착'이다. 10위 권 내 여섯 작품이 한국 드라마이며, 1위부터 6위까지 상위권에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의 경우 종영한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위권에 랭크 돼 있다. '이태원 클라쓰'의 경우 최근 TV 아사히가 리메이크하자 다시 역주행 중이다.

오랜 시간 한류가 일본에서 사랑받고는 있지만 고난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5년 독도 영유권 및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됐다. 당시 대중문화 한류가 전례 없는 관심을 받던 때로 긴장감이 돌았다. 2010년에는 넷우익(국수주의 성향의 우익 네티즌) 중심으로 반한류의 움직임이 일었다. 한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으며 2011년 우익 계열 방송사인 후지 TV가 한류드라마 위주로 편성하자 시위도 벌였다.

2012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왕 사과 요구와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일 관계가 냉각화가 됐다. '겨울연가'를 방영했던 일본 지상파 NHK는 한국 드라마 편성을 중단했다. 배우 김태희는 과거 2005년 동생 이완과 스위스에서 열린 독도 행사에 참여해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퇴출 시위를 겪었다. 이승철은 독도를 방문했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했고, 소녀시대, 카라는 예정돼 있던 일본 NHK '홍백가합전'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홍백가합전'에는 5년 연속 한국인 가수들은 초대되지 못했고 2018년 트와이스가 조심스럽게 물꼬를 텄다.

트와이스가 '홍백가합전'으로 다시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당시에도 혐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에 대해 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 판결 후 양국 갈등이 정치와 사회에도 미쳤다.

2019년에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 한국을 수출 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됐으며 국내는 반일, 일본에서는 혐한의 분위기가 다시 형성됐다.

2012년과 2019년,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가 정치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지만, 차이점이 있었다. 2012년에는 물리적으로 혐한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면 2019년에는 혐한과 한류를 소비하는 층이 나뉘며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혐한 감정이 고조됐지만 신오쿠보의 한인타운은 일본인들이 발길이 줄어들지 않았으며 일본 방송에서도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3차 한류 붐을 주도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방송에 내보냈다.

2018년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과거 입었던 광복절 티셔츠를 일본의 극우 세력이 문제 삼았던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음악방송 출연이 취소됐지만 머지 않아 2019년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팬미팅, 도쿄돔 콘서트,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3개 도시에서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 한 예다.

한국 드라마와 골드차일드를 좋아하는 일본인 미카는 "정치 문제와 내가 좋아하는 문화는 별개의 문제다. 현재 주변에서 관심이 없을 수는 있지만 케이팝을 싫어하는 사람은 솔직히 없다. 한국 드라마도 일본은 왜 그렇게 만들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더 많다. 한국에 관심을 갖고 가수를 좋아한 게 아니라, 가수를 좋아한 후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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