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할 의사 없어 숨진 아산병원 간호사…사고 원인 두고 의견 분분

수술할 의사 없어 숨진 아산병원 간호사…사고 원인 두고 의견 분분

헬스경향 2022-08-03 17:32:00

3줄요약
병의협, 필수의료 저수가가 근본적 원인
시민단체, 중대해처벌법 위반…의사수 늘려야
복지부, 진상조사로 비극적인 사고 예방할 것
서울아산병원의 30대 후반 간호사 A씨 사건 원인을 두고 각 단계들의 의견이 분분하다(사진=클립아코리아).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각 단체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사진=클립아코리아).

서울아산병원의 30대 후반 간호사 A씨가 병원에서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한 사고가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국회는 보건복지부에게 강력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일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최대 규모라는 서울아산병원의 의료환경이 이 지경이었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해당 병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며 복지부 이기일 제2차관은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했다.

■사고 당시 수술 가능한 의사 ‘無’

사고는 지난달 31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간호사 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근무자라고 밝힌 B씨는 “국내 최고, 세계 50위 안에 든다고 자랑하는 병원이 응급수술 하나 못해서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며 “직원 사고 발생 시 대처방법을 외우고 있기만 하면 뭐 하냐. 겉모습만 화려한 병원”이라고 주장했다.

간호사 A씨는 7월 24일 오전 6시 30분쯤 출근,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문제는 당시 A씨에게는 개두술이 진행됐어야 했지만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휴가를 떠나고 없어 코일색전술 등 응급처치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후 A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됐지만 7월 30일 결국 숨을 거뒀다.

이번 사고가 충격적인 이유는 빅5병원 중에서도 규모와 의료수준에서 1, 2위를 다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간호사에게 필요한 치료는 머리를 열어 시행하는 ‘클리핑’이라는 ‘뇌동맥류 클립결찰술’이 필요했다. 뇌동맥류 클립결찰술은 부풀어 튀어나온 동맥류를 묶는 방법으로 코일링시술에 실패한 환자에게 진행된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에서도 개두술이 가능한 신경외과의사는 단 2명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정보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에는 신경과의사 39명, 신경외과 27명 등 관련 의사가 66명에 달하지만 뇌출혈 발생 당시 당직 콜이 가능했던 의사는 코일색전술이 가능했던 의사였으며 클리핑수술이 가능한 의사 두 명은 휴가, 해외연수로 부재 중이었다.

■병의협 “인력부족 문제 아닌 의료시스템 문제”

의료계는 서울아산병원 책임소재에 관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 부족과 필수의료 저수가 등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3일 성명서를 통해 “코일링 시술법이 발전되기 전에는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한 치료방법이 클리핑밖에 없었고 신경외과의사 상당수가 이 수술을 배웠으나 이후 비침습적인 코일링시술 케이스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클리핑수술에 비해 코일링시술이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에 도움 된다”며 “외국의 경우 클리핑은 신경외과 영역에서 아주 고난이도 수술이라 수가가 매우 높은데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별 뇌혈관질환 응급체계 설립 ▲인력확보 및 장비지원 ▲필수의료분야 저수가 체계 개선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대 신설이나 의대정원 증원은 이뤄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의대 정원 확대 반드시 필요

시민단체는 이번 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서울아산병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다고 질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법률로 노동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시민단체인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2일 성명서를 통해 사망한 간호사가 근무한 서울아산병원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시민행동은 “서울아산병원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학회에 참석해 수술 인력이 없었다고 하는데 만일 일반 환자가 뇌출혈로 그 시간에 응급실에 방문했다면 모두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것인가”라며 “이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즉각적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중히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역시 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사망 사고에 대한 조사와 병원 차원의 대책 마련이 잘 이뤄지는지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고는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원인인 만큼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 직종별 인력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노조는 “2700여 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조차 긴급수술을 할 의료진이 없어 타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는 사실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것은 매우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의 의료기관 평가기준이 다시 한 번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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