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실종된 경제②] 거시정책 실패 5년…차기 정부에 ‘위기’ 상속

[빅픽처 실종된 경제②] 거시정책 실패 5년…차기 정부에 ‘위기’ 상속

데일리안 2022-08-03 06:30:00 신고

3줄요약

文정부, 예산 전문가 중심 경제 라인

소주성·최저임금 등 성과 ‘아쉬움’

위기 닥치자 ‘재정’ 대책에만 몰입

차기 정부 바닥난 곳간 물려받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한 탓일까. 지난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거시경제정책 전문가 부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국정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분석과 방향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소득주도성장은 수요 측면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 가계 실질 가처분 소득을 증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주 52시간 단축 등이 구체적 방법이다. 혁신성장은 생산성을 중심으로 공급 측면에서 경제를 이끌어 3%대 성장률을 도모했다. 공정경제는 사회보상체계를 혁신해 성장 성과가 경제 전반에 골고루 확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달성하려 했다.

문 정부 취임 1년이 지나면서 소득주도성장 효과에 대한 회의적 견해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거시경제정책 필요성이 강조됐으나 정부는 경제 정책 적시성을 놓쳤다는 비판이 많았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당시 정부 정책에 대해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부 여권 핵심 인사들은 기준금리를 인상해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엇박자 주장을 했다”며 “기준금리는 고용과 물가 상황 등 전체 거시경제 관리 측면에서 판단할 문제이지 금융안정, 부동산 같은 분야별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수단이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 방향을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확장적 통화정책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고 재정정책에 대해서만 재량권을 갖는 불리한 상황이었다”면서 “따라서 거시경제정책 수단으로서 그 어느 정부보다도 재정정책이 중요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인식을 진지하게 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경제 인사 가운데 거시경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사람은 윤종원 경제수석(현 기업은행장)과 현 한국은행 총재인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정도였다. 이창용 총재 경우 IMF에 몸담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윤종원 경제 수석이 사실상 유일했다.

당시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철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경제보좌관을 맡았는데, 이들 역시 거시경제와는 거리가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경영학 전공자들은 각각의 사업을 추진하는 능력은 강하지만 해당 사업이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역대 최장수 부총리 기록을 세운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역대 최장수 부총리 기록을 세운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기획재정부 장·차관들도 거시경제보다는 예산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당시 김동연 부총리는 경제기획원 예산부서에서 공직을 시작한 인물로 경제기획원이 기재부로 통합된 이후에도 예산실장과 예산담당 2차관을 역임했다. 최장수 부총리로 이름을 올린 홍남기 전 부총리 또한 예산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문 정부 초기 한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는 물론 기획재정부를 봐도 고위직 중 거시경제를 전공으로 했거나 거시경제를 전문적으로 다뤄본 인물들이 없다”며 “각 부처가 내놓는 정책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다보고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문 정부 거시경제 정책 실종은 결과적으로 핵심 국정 과제였던 소득주도성장은 경제학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최인·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9년 국가미래연구원에 발표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평가보고서에서 “소득주도성장이 목표로 하는 소비 증가에 의한 소득 증가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설비투자의 급격한 감소, 고용감소, 총요소생산성 감소는 잠재적 경제성장률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정리했다.

전반기 거시정책 설계에 실패한 문 정부는 후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세계적 전염병 사태를 겪으며 사실상 기회를 잃었다. 거시경제 전문가 없이 초유의 감염병 사태를 마주한 정부는 재정을 통한 단기 경기 부양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문 정부 경제 정책을 모두 혹평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각종 경제 지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나타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위기 상황에서 소득 불평등이 커졌고, 청년 체감실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는 등 정부가 목표로 했던 그림을 그려내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빨랐던 최저임금 인상, 고령층 위주의 단순 일자리 확대, 규제 개혁 미비에 따른 기업 투자·고용 둔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가격 급등,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국가 채무 악화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국제기구 설문 조사에서도 거시경제정책 부족이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25개 회원국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가정 내 경제적 피해가 있었다’는 응답률은 35.1%로 전체 평균 44.3%보다 낮았다.

문제는 ‘향후 1∼2년 동안 재정이나 사회적, 경제적 안정’에 대해 ‘걱정된다’는 응답이 81.9%로 25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았다는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규제 일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폭등을 불러 정책 전반의 신뢰를 잃게 했다. 문 전 대통령 스스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심판을 받았다”고 자인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문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실패는 차기 정부에 위기를 상속하는 꼴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끝나지 않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 바닥난 곳간을 물려받았다.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데 재원이 없다. 현 정부와 여당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실패의 유산을 윤석열 정부가 부채로 물려받았다”라는 주장을 딱히 반박하기 힘들다.

▲[빅픽처 실종된 경제③] 거시경제 전문가 대거 포진한 尹정부, 기대 속 위험…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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