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우리말]⑥尹대통령 ‘도어스테핑’ 대신 ‘출근길 문답’

[반갑다 우리말]⑥尹대통령 ‘도어스테핑’ 대신 ‘출근길 문답’

이데일리 2022-07-26 06:30:00

한류 열풍이 ‘한글’로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한국 가요(K팝)를 듣는 것을 넘어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고무적인 현실에도 외국어 홍수와 온갖 줄임말, 혐오 표현으로 우리 국어 환경은 몹시 어지럽다. 무슨 뜻인지 모를 외국어의 범람은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알 권리를 막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말을 얼마나 알고, 잘 쓰고 있을까. 이데일리의 연재 기획 ‘반갑다 우리말’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외국어 남용 실태를 짚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개선하기 위한 기획 기사를 총 1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5월10일) 후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겨가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생경한 풍경 하나가 생겼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늘리겠다며 1분 남짓한 출근길 문답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기자들이 용산 집무실 복도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출근하는 대통령을 향해 주요 현안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면 답을 하는 식이다. 취임 이튿날부터 시작된 이러한 출근길 모습과 함께 등장한 용어가 바로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다. 도어스테핑은 문을 뜻하는 ‘도어’(door)와 걸음을 일컫는 ‘스테핑’(stepping)의 합성어로, 집 밖이나 건물 입구 등 주로 공개 장소에서 특정 인물을 기다렸다가 약식으로 하는 기자회견을 뜻한다.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선뜻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자칫 소통은커녕 단절과 정보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최근 자주 사용하는 ‘도어스테핑’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출근길 문답’, ‘약식 문답’을 제시했다.

문체부가 지난 8~14일 국민 2000여명을 대상으로 국민 수용도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74.2%가 ‘도어스테핑’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대체할 우리말로 ‘출근길 문답’을 쓰는 데 응답자 75.8%가 동의했고, ‘약식 문답’에도 72.5%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말과 함께 공공언어는 그 나라의 첫인상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특히 공적 정보를 다루는 공공언어는 알아듣기 쉬워야 한다. 세종국어문화원 측은 “공공언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재산과 복지, 권리와 의무, 기회와 분배 등을 좌우하는 공적 정보를 다루는 언어”라며 “수많은 정책 가운데 본인이 수혜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알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이나 제도를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공공언어가 어려우면 정책 집행의 효율도 떨어진다. 국어문화원연합회가 2021년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공공언어 개선 정책효과’를 분석한 결과, 민원 서식의 어려운 용어 때문에 우리 국민이 치러야 하는 시간 비용은 약 195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010년 연구에서보다 11.5배 늘어난 수치다. 공공언어 범위가 확대하고 디지털 매체 보급의 보편화로 국민이 공공언어에 접근할 기회가 많아진 언어환경이 시간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려운 공공언어 때문에 발생하는 국민의 심리적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답답하고 불편함, 무시하는 기분, 피로감, 위축됨, 당혹스러움, 불안감과 상실감 등으로 요약된다.

국어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어려운 공공언어를 개선하면 연간 3375억 원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공익적 효과가 나타난다”며 “공문서, 언론 용어, 민원 서식 등 공공언어를 꾸준히 개선한다면 공익적 가치는 물론 국민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공기관이 자주 사용하는 순화 대상 용어를 꼽으면 ‘통보’와 ‘로드맵’, ‘MOU’, ‘몇 개소’ 등으로, 각각 ‘알림’, ‘이행안’, ‘업무협약’, ‘몇 곳’으로 순화할 수 있다.

국어 전문가들은 “공문서에 쓰인 단어들은 순식간에 공식 용어의 지위를 얻는 경우가 많다”면서 “용어를 선택하는 공무원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인은 공공언어의 생산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공무원 개인에게 용어 번역의 책임을 맡길 수 없는 만큼, 정부는 공공언어의 정비에 소홀해선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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