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 직원이 고객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 약 20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고객은 "해당 직원이 백화점 소속이기에 믿고 거래했던 것"이라며 백화점의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대구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구속됐다. 혐의는 다름 아닌 사기죄. 수년간 백화점 VIP 고객들을 상대로 "직원가로 저렴하게 명품을 사게 해준다"면서, 개인 계좌로 약 20억원을 챙겼다.
이 사건 A씨는 지난 4월 돌연 백화점을 그만두더니 "갚을 돈이 없으니 징역을 살겠다"면서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A씨가 자수할 때까지도 백화점 측은 범죄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한 피해 고객은 "A씨가 백화점 직원이라 믿은 것"이라며 백화점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법으로 물건을 구매하려 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일단 백화점에서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해 생긴 문제라는 식이었다.
백화점에 책임 묻기엔⋯'사용자 책임' 인정될지 미지수
실제로, 민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업무를 하다가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사용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긴 하다(제756조). 이번 사건처럼 직원이 회사 이름을 팔아 제3자에게 사기를 치고, 돈을 뜯어낸 경우에 회사 측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도 백화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수 있는 걸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기존 사건들과 상황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당장 백화점과 문제의 직원 사이에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용 관계가 인정될지부터 미지수라는 지적이었다.
법무법인(유) 명천의 손수범 변호사는 "이 사건 백화점 측과 해당 직원이 어떤 형태로 계약 관계인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면서도 "일반적으로 백화점과 입점 업체 사이에는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용자 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사용자가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사용 관계에 있고 ②근로자가 사무 집행에 관해 ③제3자에게 손해를 가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첫 번째 요소인 사용 관계 성립(①)부터 인정되기 어려울 거라는 게 손 변호사의 설명이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권동영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권 변호사는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만 보면, A씨는 해당 백화점이 아닌 입점 브랜드에 고용된 판매 직원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엔 사용 관계로 볼 수 없기에, 백화점의 책임 역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