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혁신 의지, '파격 인사'로 이어지나

이재용의 혁신 의지, '파격 인사'로 이어지나

데일리임팩트 2021-12-01 01:31:45 신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7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세메스 충남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7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세메스 충남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 (2020년 5월 대국민사과에서)

삼성전자가 내부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순혈주의와 연공서열을 타파하는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질적 성장을 통해 100년 기업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혁신의 동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인적 쇄신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에 이번 임원 인사에서 성과 중심의 발탁 인사가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1일 사장단을 시작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12월 첫째주 사장단 인사를 한 뒤 임원인사를 발표했었다. 이후 그달 15일 IT·모바일(IM) 부문을 시작으로 소비자가전(CE),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순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올해 역시 비슷한 시기에 임원 인사와 글로벌 전략회의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무엇보다 올해 인사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데에는 뉴삼성의 밑그림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경영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초격차, 구체적으론 ‘사람’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성과주의와 세대교체, 전문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단행, 뉴삼성을 위한 미래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는 임원 인사에도 반영됐다.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등 총 214명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2018년도(221명) 이후 3년만에 최대 규모였다. 발탁 승진자도 역대 최대 인원인 25명에 달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분야 승진자를 지난해 21명으로 2배 가량 늘리고, 반도체스·마트폰·AI 등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로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을 선임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특히 메모리사업부장이었던 진교영 사장을 종합기술원장으로, 파운드리사업부장이던 정은승 사장은 신설된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앉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을 통해 차세대 핵심기술 고도화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재수감으로 초격차 확대에 제동이 걸린바 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에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백신 수급과 관련해 나름의 역할을 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바람에 경영 현안 챙기기에 시간이 촉박했을 정도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북미 출장에 나서기 전까지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직접 움직이는 한편, 반도체 공급망 해법을 모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점을 두루 감안할때 올해 인사에서는 혁신 기조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혁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무를 총괄하는 책임자급에  변화를 가해야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전날 삼성형 패스트트랙, 시니어트랙을 도입하면서 파격 인사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임원급 인사는 개편안이 적용되는 만큼, 역동성과 전문성을 더할 수 있는 인재들을 승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올해 임원 인사의 원칙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나이, 근속연수와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 전문성, 경륜을 두루 고려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겠다는 구상에 따라 30~40대 임원이 발탁되는 등 인적 쇄신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경영 환경을 고려해 수장은 유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세계적인 공급망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증가, 메모리반도체 시장 환경 등 변수가 상존한다. 이에 김기남 DS 부문 부회장, 김현석 CE 부문 사장, 고동진 IM 부문 사장 등 핵심 사업에서의 3각 체제는 유지될 공산이 커 보인다. 

외부 수혈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기존과는 다른 관점을 지닌 인재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경쟁사들은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진출을 선언한 애플은 지난 6월 울리히 크란츠 전 BMW 수석부사장을 영입했고, 게임서비스 확장에 나선 넷플릭스는 페이스북 비디오게임 책임자인 마이크 버두를 게임개발부사장으로 맞아들였다. 

삼성전자도 최근 외부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경쟁력 있는 인물들을 영입했다. 그 결과 2018년 다니엘 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시작으로, 위구연 하버드대 교수,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 등 AI 권위자들이 합류했다. 하지만 올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돌아가면서 인재 영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초격차 전략에 시동을 건 만큼, 바이오와 5G(5세대 이동통신), AI 등 미래성장사업과 관련해 전문가 영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인적 쇄신의 실효성이다. 삼성전자는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키로 했다. 내년부터 3년 간 공채 외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등을 통해 7만명의 일자리를 만든다. DNA는 IT기업을 추구하지만, 고용 유연성을 담보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GE식 혁신 모델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개편안에서 수평성을 강조한 것도 GE식 모델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이라는 기업이 지닌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신입 공채는 유지하되, 외부 수혈, 특히 전문가를 확중해 도전의식을 일깨우고 실행력을 높이는 양손잡이 전략을 쓸 것”이라며 “이재용의 시대는 핵심 역량에 집중해 확실한 성과를 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관전 요소 중 하나로 이 부회장의 승진 여부가 꼽힌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이 올해에도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있다. 

재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이 부회장이 승진할 명분은 충분히 갖췄다고 보고 있다. 선대 회장이 타계한 지 1년이 넘은 데다 4대 그룹 오너가 직접 협력을 도모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버라이즌과 8조원대 5G 통신장비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수로서의 능력도 입증된 바 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24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이 부회장이 큰 그림을 제시했기에 가능했다”며 “이 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 역시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됐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과거와의 결별을 강조해왔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 지배구조를 새롭게 짜겠다는 의지도 거듭 드러냈다. 취업 제한이 풀리지 않은 이 부회장이 승진한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부르는 것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합병 의혹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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