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첨단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인도를 글로벌 자동차 생산·수출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 과거 제너럴모터스(GM)가 운영하다 가동을 중단한 공장을 인수해 로봇과 인공지능(AI), 정밀 품질관리 기술을 결합한 미래형 제조시설로 탈바꿈시켰다.
현대자동차는 현지시간 14일 푸네 탈레가온 신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인도 진출 30주년을 맞아 이뤄진 이번 준공은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현지화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생산체계를 재편하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 로봇 6대에서 204대로…차체 용접 전면 자동화
이번 공장의 가장 큰 변화는 제조 자동화 수준이다. GM 운영 당시 6대에 불과했던 차체 공정의 산업용 로봇은 204대로 늘었다. 로봇이 차체 용접을 담당하면서 해당 공정의 자동화 수준을 크게 높였다.
품질관리에도 첨단 장비가 투입됐다. 좌표측정기(CMM)는 차량 한 대의 주요 부위를 약 2,000개 지점에서 측정해 차체 패널과 문·후드 등의 간격을 정밀하게 확인한다. 3D 광학 스캐너를 활용한 입체 측정과 도장 표면의 미세 결함을 찾아내는 검사 시스템도 운영한다.
AI 기반 결함 감지 기술은 차체의 미세한 균열을 식별하고, AI 안전 시스템은 작업자의 안전을 지원한다. 설비 이상을 사전에 예측하는 유지보수 기술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직원 교육도 도입됐다. 생산·품질·설비관리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로봇 수를 늘린 차원을 넘어 생산공정의 정밀도와 일관성을 높이고, 숙련도에 따른 편차와 설비 중단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다. 자동차 제조 경쟁이 생산량뿐 아니라 품질·원가·안전·공정 효율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가운데 스마트 제조 역량 자체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 연산 17만 대에서 32만 대로…다차종 생산체계 구축
푸네 공장의 현재 연간 생산능력은 17만 대다. 현대차는 단계적인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이를 32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최대 1조1,000억 루피로, 공장은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향후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첫 생산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올 뉴 베뉴’다. 인도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동시에 3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향후 수출 대상도 35개국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푸네 공장 가동으로 현대차 인도법인은 첸나이 1·2공장에 이어 세 번째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첸나이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 82만4,000대와 푸네 공장의 17만 대를 합치면 현대차 인도법인의 생산능력은 약 99만4,000대에 이른다. 푸네 공장이 2030년 목표를 달성하면 현대차 인도법인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114만 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 인도는 더 이상 판매시장만이 아니다
푸네 공장의 전략적 의미는 인도 시장의 성장성과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잠재력에 있다.
인도는 인구와 소비시장이 크고 자동차 수요가 확대되는 국가다. 현지 생산을 늘리면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부품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원가와 공급망 대응력을 개선할 수 있다. 현지 소비자의 선호에 맞춘 차종 개발과 신속한 제품 공급에도 유리하다.
동시에 인도에서 생산한 차량을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등 해외시장에 수출하면 인도 공장은 내수와 수출을 함께 담당하는 글로벌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 푸네 공장의 다차종 생산체계는 시장별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를 장기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2032년까지 총 15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 분야에는 생산능력 확대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부품 공급망, 미래 모빌리티 관련 역량 강화도 포함된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경쟁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주요 시장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현지 부품 조달과 기술개발, 수출을 연결해 공급망의 회복력과 사업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인도는 이러한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주요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 한국 제조기술과 인도 산업생태계의 결합
푸네 공장은 한국 자동차 제조기술과 인도의 노동력·시장·부품산업을 결합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현대차와 협력업체의 투자는 지역 고용과 부품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으며, 디지털 제조기술과 직무교육의 확산은 현지 산업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스마트공장의 성과는 로봇과 AI의 도입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생산성 향상, 품질 안정성, 안전사고 감소, 현지 부품업체의 기술 수준 향상 등 구체적인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인도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전환 속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장기적인 성공을 좌우할 변수다.
현대차의 푸네 신공장은 과거 가동이 중단됐던 GM 공장을 첨단 제조시설로 재구축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있다. 기존 산업시설을 활용해 생산기반을 확장하고, AI와 로봇 중심의 공정 혁신을 추진하면서 인도 내 사업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푸네 공장의 핵심은 자동차를 더 많이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도에서 생산하고 세계로 수출하며, 현지 산업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인도를 단순한 판매시장이 아닌 글로벌 생산·수출·기술 경쟁의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현대차의 장기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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