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고객 계좌에 대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접근을 전면 차단하고 나섰다. AI 비서가 계좌에 방치된 유휴 현금을 자동으로 이율이 높은 계좌로 옮겨버리면, 은행들의 주 수익원인 저리 예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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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은 제3자 AI 에이전트나 디지털 비서가 고객 계좌에 로그인해 직접 거래하거나 자금을 이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9월 메타가 개인용 AI 비서 ‘뮤즈(Muse)’를 출시하는 등 AI 기업들이 개인 자산 관리 도구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본격화됐다. 똑똑해진 AI 봇이 이용자의 수익률을 최적화하기 위해 당좌 예금에 묵혀둔 현금을 자동으로 찾아내 고금리 계좌로 옮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이 현실화한다면 은행들이 떠안아야 할 이자 부담이 천문학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뢰크의 분석에 따르면 보통 은행 당좌 예금의 평균 금리는 0.1% 수준에 불과하지만 고금리 계좌는 3.3~5%의 이자를 지급한다. 최대 50배 수준이다.
FT는 현재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 3곳에 묶여 있는 무이자 예금 규모만 1조 6000억달러(전체 예금의 16%)에 달한다고 전했다. 만약 모든 가계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현금 잔액의 수익률을 자동 최적화하고, 이 돈에 3%의 이자만 지급하게 되더라도 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 비용은 470억달러 늘어난다. 이들 은행 연간 총이익의 절반에 맞먹는 규모다.
월가 수장들은 즉각 경고음을 울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통제 불능의 에이전트(rogue agents)가 수천 개씩 생겨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차단 방침을 분명히 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 역시 “자금이 이체될 때는 사람이 직접 승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최종 결제 승인 책임 소재가 명확해질 때까지 AI의 예금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씨티그룹 역시 고객 계좌 및 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3자 AI 비서의 직접 거래를 불허했다.
명분은 ‘보안 우려’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수익성 급감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계가 AI를 활용해 예금 이자를 쥐어짜기 시작하면 은행이 대출의 원천이 되는 저렴한 예금을 잃게 돼 금융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 경영진은 연방준비제도(Fed) 규제 당국자들을 직접 찾아 우려를 전달했으며, 당국자들 역시 사석에서는 은행들의 AI 차단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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