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진영 기자 |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경쟁해 온 애플과 메타가 초대형 AI 모델의 상용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메타는 8160억개 매개변수를 갖춘 개방형 모델을 공개하며 중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고, 애플은 이를 자사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체 AI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애플과 개방형 생태계 확장을 노리는 메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가 15일(현지시각) 최신 AI 모델 ‘뮤즈 스파크 오픈’을 공개하고, 애플의 ‘맥 스튜디오’에 최적화하는 협력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고성능 AI 모델을 외부 클라우드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용 컴퓨터 환경에서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뮤즈 스파크 오픈은 총 8160억개 매개변수와 100만토큰의 문맥 처리 능력을 갖춘 초대형 AI 모델이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음성·영상도 이해할 수 있으며 코딩과 복잡한 소프트웨어 개발, 다단계 추론 및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에 최적화됐다.
특히 학습된 가중치를 공개해 사용자가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 환경에서 실행할 수 있는 ‘오픈웨이트’ 방식을 채택했다. 메타는 이를 자사가 공개한 개방형 모델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자 미국에서 개발된 최고 수준의 오픈웨이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개는 글로벌 AI 시장의 경쟁 구도와도 맞닿아 있다. 오픈AI·앤트로픽·구글 등이 폐쇄형 모델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는 사이 개방형 분야에서는 딥시크·문샷·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졌다. 메타는 고성능 모델을 개방형으로 공급해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메타의 AI 책임자인 알렉산드르 왕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향후 세계의 상당 부분이 개방형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해당 모델이 미국에서 개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과의 협력은 이 같은 전략을 실제 이용 환경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양사는 M5 울트라 칩이 탑재된 맥 스튜디오 2대를 연결해 각각 512GB씩 총 1TB의 통합 메모리를 활용하는 구동 환경을 마련했다. 초대형 AI를 일반적인 데스크톱 환경에서도 실행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것이다. 다만 고성능 장비를 여러 대 확보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은 남아 있다.
애플에도 이번 제휴는 의미가 크다. 자체 생성형 AI 개발에서 경쟁사 대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은 오픈AI에 이어 구글과 협력하며 외부 AI 모델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구글 제미나이 기반의 시리 개발을 추진해 지난달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메타 모델까지 지원하면서 AI 하드웨어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애플은 민감한 개인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AI를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와 대용량 통합 메모리를 갖춘 맥 제품군을 앞세워 AI 연산 수요를 새로운 하드웨어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양사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번 협력은 더 이례적이다. 애플과 메타는 앱스토어 정책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놓고 충돌했고, AI 인재 확보와 가상현실 기기 시장에서도 경쟁해 왔다. 그러나 AI 모델의 공급과 구동 환경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협력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력이 존 터너스 애플 CEO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터너스 CEO는 “이 정도 수준과 규모의 AI 모델을 책상 위에서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며 맥 스튜디오의 온디바이스 AI 활용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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