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88주째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기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오히려 부동산 시장 내부에서는 하락론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지만, 이미 강남권에서는 고가 아파트 거래가격이 하락하고 매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까지 커지면서 연말이나 내년 초 집값이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동남권인 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보다 0.29% 하락했다. 서울 5개 권역 가운데 실거래가지수가 내려간 곳은 동남권이 유일했다.
동남권 지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일인 5월 9일을 앞두고 매도가 집중됐던 지난 3월과 4월 각각 2.62%, 1.32% 하락했다. 이후 5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4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전체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8월 0.72% 상승했으나, 전월 상승률인 1.83%와 비교하면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의 가격 조정이 서울 전체 시장의 상승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러한 강남권 약세의 원인으로는 정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거론된다. 고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이 예고되자 세금 부담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강남과 서초구 아파트값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동향 기준으로 8월 10일 조사부터 이번 주까지 10주 연속 하락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지난해 11월 37억~38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8월에는 32억5000만원~34억5000만원에 실거래가 신고됐다. 9월 신고된 거래가격은 31억원대로 낮아졌다.
금리와 대출 규제에 연말 하락 전망
실제로 정책 당국과 공공기관 수장들도 최근 집값 하락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하기도 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남3구와 용산구의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다른 지역에서도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라며 연말까지 가격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또한 "주택 공급 확대와 금리 상승 등을 고려하면 향후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채상욱 커넥티드 그라운드 대표도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이 버티기 어려운 요인"이라고 지목하면서 연말이나 내년 초 시장이 상당히 안정되거나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 대표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평균 4.66%로 과거 가격 조정이 나타났던 2022년 8월의 4.8%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빠른 데다 규제가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3분위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확대될 경우 가격 조정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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