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재발견] 액운 쫓던 불꽃이 'K-콘텐츠'로…세계 홀린 함안낙화놀이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로컬의 재발견] 액운 쫓던 불꽃이 'K-콘텐츠'로…세계 홀린 함안낙화놀이

연합뉴스 2026-10-17 07:11:01 신고

3줄요약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군 인구 맞먹는 인파…유료 지정석 매진 '1분 컷'

'오버투어리즘' 위기를 전면 예약제·유료 지정석으로 극복하며 체질 개선

일본·대만 넘어 32개국으로…전통에 한류 입혀 '글로벌 야간 관광' 거점 도약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아름다운 함안낙화놀이 아름다운 함안낙화놀이

(함안=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함안낙화놀이보존회 관계자가 15일 경남 함안군 무진정에서 열린 '2026 함안 낙화놀이 재팬 스페셜데이'에서 낙화봉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1천5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행사는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고, 경남도·함안군·경남관광재단이 주관한다. 2026.10.15 image@yna.co.kr

(함안=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해 질 무렵, 흰 바지저고리에 두건을 쓴 보존회원들이 작은 나룻배를 타고 고즈넉한 연못을 가로지르며 줄에 매달린 수천 개의 낙화봉에 횃불로 일일이 불을 붙인다.

이내 연못 위로 수만 개의 붉은 불꽃이 꽃잎처럼 흩날리며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바람을 타고 춤추듯 떨어지는 불씨들이 수면 위에 내려앉을 때마다 관람객들은 탄성을 터뜨리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비를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15일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무진정(無盡亭·경남도 유형문화유산) 일대 무진정 연못에서 일본인 관광객 1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열린 경남도 무형유산 '함안낙화놀이(재팬 스페셜)'의 풍경이다.

한때 마을의 액운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던 민속놀이가 이제는 세계인이 찾아오는 대한민국 대표 'K-불꽃쇼'로 거듭났다.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행사가 알려지면서 군 전체 인구에 육박하는 인파가 몰릴 만큼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매년 부처님오신날에만 열리던 행사를 확대해 외국인 전세버스가 줄지어 찾는 글로벌 관광상품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정부 회의에서도 대표적인 지역 관광 성공 사례로 꼽혔다.

올해 2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6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경남 함안에서 지역 축제인 낙화놀이를 여행상품으로 만들어 일본에 소개했더니 김해공항을 통해 1천명이 다녀갔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함안낙화놀이 아름다운 함안낙화놀이

(함안=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함안낙화놀이보존회 관계자가 15일 경남 함안군 무진정에서 열린 '2026 함안 낙화놀이 재팬 스페셜데이'에서 낙화봉에 불을 붙이고 있다. 2026.10.15 image@yna.co.kr

◇ 선조들의 지혜 담긴 전통 불꽃…미디어 타고 'K-콘텐츠'로

함안낙화놀이는 참나무 숯가루를 한지에 싸서 꼬아 만든 '낙화봉'을 줄에 매달아 불을 붙이는 전통 민속놀이다.

화약을 쓰는 서양식 폭죽과 달리, 숯가루가 타들어 가며 내는 은은한 불빛과 타닥거리는 소리가 국악 선율과 어우러져 한국적인 정취를 극대화한다.

16세기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 정구(鄭逑)가 군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한말 군수 오횡묵이 쓴 '함안총쇄록'에도 사월초파일에 대규모 낙화놀이가 열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명맥이 끊겼으나 1960년 괴항마을 청년회가 복원했고, 2008년 국내 불놀이 가운데 최초로 경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1960년 재연 이후 2∼5년 간격으로 열리던 낙화놀이는 1985년 함안문화원·함안군의 재정 지원을 받으며 매년 진행되고 있다.

특허로 등록된 낙화봉 제작 기법은 지금도 100% 수작업으로 전승된다.

50∼80대 보존회원 33명이 행사 때마다 한 달 이상 매달려 일일이 손으로 빚어낸다.

안병국 함안낙화놀이보존회 사무국장은 "제작 과정은 고되지만, 전통문화가 SNS와 뉴스를 타고 세계에 알려져 외국인이 찾아오고, 지역 활성화와 수익 창출로 이어져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개최하지 않은 2020년 이전에는 소규모 지역 행사였으나, 2021년 예능 '1박 2일'과 2022년 드라마 '붉은 단심'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 RM의 '들꽃놀이' 뮤직비디오와 각종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 잇따라 등장하고, 언론 보도와 SNS를 타면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SNS를 통해 불꽃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자 젊은 층과 외국인 사이에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K-불꽃쇼'라는 입소문이 번졌다.

함안낙화놀이 인파 함안낙화놀이 인파

(함안=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부처님오신날인 27일 오후 경남 함안군 무진정에서 2023 함안 낙화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2023.5.27 image@yna.co.kr

◇ '5만 인파' 마비 사태가 혁신 계기…'1분 컷' 예약제·유료화 안착

폭발적인 인기는 성장통을 동반했다.

엔데믹 직후인 2023년 5월 공개행사 당시 예상치(2만명)의 두 배가 넘는 5만여명이 한꺼번에 몰렸다.

당시 함안군 전체 인구(6만1천여명)에 맞먹는 인파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일대 도로와 통신이 마비돼 '오버투어리즘' 위기에 부닥쳤다. 결국 군수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는 사태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군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2024년 사전 예약제를 처음 도입해 부처님오신날 본행사(2회·회당 7천여명) 인원을 총 1만4천여명으로 제한하고 임시주차장과 셔틀버스를 대폭 늘리자, 혼잡했던 현장은 질서정연한 축제장으로 탈바꿈했다.

인원 제한으로 티켓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공개행사 예약은 해마다 매진되는 이른바 '1분 컷'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본행사 기준 지난해에는 6천500여명, 올해는 5천800여명이 쾌적한 환경에서 축제를 즐겼다.

본행사 인원을 제한하는 대신 연중 소규모 '여행상품'과 외국인 전용 행사를 신설해 외연을 넓혔다.

2024년에는 본행사 외에 5차례의 여행상품(2천200여명)과 첫 일본인 단체 관람(10월·450명)을 운영해 연간 총 1만6천231명을 유치했다.

지난해에도 본행사(1회·6천500명)와 더불어 6차례의 여행상품(3천117명)을 운용해 총 9천617명이 다녀갔으며, 대만인(9월·304명)과 일본인(10월·980명) 대상 특별 행사도 잇따라 열렸다.

올해는 본행사 5천800명을 포함해 1만2천420명이 다녀갔다.

특히 지난 7월 열린 '2026 함안낙화 페스티벌'에서는 1만∼3만원의 '유료 지정좌석제'를 도입해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처럼 식지 않는 인기의 비결은 매회 3천500∼4천여개의 낙화봉이 2시간 가까이 타오르며 흩날리는 독보적인 장관에 있다.

낙화봉이 매달린 줄과 연못 수면의 높이가 3m 안팎이어서, 물 위로 쏟아지는 불꽃과 수면에 투영된 붉은 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함안군 관계자는 "어스름한 밤하늘과 바람, 타닥타닥 숯가루가 타들어 가는 소리와 연못에 비치는 불씨의 조화는 한국인이 오랜 세월 동안 빚어낸 예술미의 극치"라고 자랑했다.

함안낙화놀이 낙화봉 함안낙화놀이 낙화봉

(함안=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5일 오후 경남 함안군 무진정에서 '2026 함안 낙화놀이 재팬 스페셜데이'가 열리고 있다. 2026.10.15 image@yna.co.kr

◇ 부처님오신날 하루에서 연중 글로벌 축제로…세계인 발길 잇따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경남도, 함안군은 매년 부처님오신날에 연 1회 열리던 낙화놀이를 연중 관광상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4년부터 일본·대만 특화 상품을 운용해 호응을 얻었고, 지난해 '2025 한국 관광의 별'과 지역관광추진조직(DMO)에 선정됐다.

문체부 '2026 대형 한류 종합행사 연계 공모사업'에도 선정돼 국비 2억8천만원을 확보했다.

지난 7월에는 낙화축제와 함께 K-팝·국악 크로스오버 페스티벌을 열어 홍콩, 대만, 미국 등 32개국 외국인 710명을 유치했다.

가을에도 발길이 이어져 지난 15일 일본인 관광객 1천500여명 대상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낮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말이산 고분군을 둘러보고, 밤에는 낙화놀이를 감상했다.

낙화놀이 현장에서 만난 50∼60대 일본인 여성 관광객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훨씬 멋졌다"고 극찬했다.

2년 연속 방문했다는 한 관광객은 "일본인에게 친숙한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가 연주돼 기뻤지만, 내빈 인사가 조금 길었다"며 웃었다.

다만 부족한 식당·숙박·주차 등 관광 인프라와 행사장에 국한된 상권은 과제다.

차석호 함안군수는 "예약제와 좌석제로 안정성과 품격을 확보하며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국가급 한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며 "체계적인 상품화와 인프라 연계를 통해 함안을 글로벌 야간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imag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