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건설업계가 원전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해외 플랜트 등 비주택 사업으로 성장축을 옮기고 있다. 국내 주택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원전 시장 개방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의 경쟁력도 주택 공급 역량을 넘어 첨단산업 시설과 에너지 인프라 분야의 수주·시공 역량으로 확장되고 있다.
다만 비주택 사업은 수주 이후 설계와 인허가, 착공 등을 거쳐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수주를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향후 성장의 관건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선제적 다변화…현대건설·DL이앤씨, 원전 시장 공략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주택 사업 확대에 나선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해외 인프라와 첨단산업 시설,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원전 사업을, GS건설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025년 말 기준 매출은 14조1480억원이다. 회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매출 비중은 47%, 해외 매출 비중은 53%로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어섰다.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35%에서 2023년 48%로 확대됐으며, 2024년에는 47%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국내외 합산 23조3000억원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전략 상품을 중심으로 수주 기회를 발굴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주요 파트너사와 협력해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주택 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15% 정도”라면서 “국내외 어려운 건설 환경 속에서도 당사는 양질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이 지속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대형원전과 SMR을 중심으로 해외 원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대형원전 사업 참여를 추진하는 한편, 홀텍과 협력해 SMR 사업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웨스팅하우스와 네덜란드 신규 대형원전 사업의 1단계 기본설계(FEED 1) 계약을 체결했다. AP1000 노형을 기반으로 한 원전 2기의 건설을 위해 후보 부지 기술 검토와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 수행 전략 마련 등을 담당한다. 이는 원전 건설 본계약에 앞선 초기 설계 단계로, 후속 사업 참여를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DL이앤씨도 SMR 시장에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참여 기반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와 약 1000만달러(약 150억원) 규모의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가 SMR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L이앤씨는 플랜트 분야에서 축적한 설계 기술과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 상반기까지 설계를 완료할 계획이다. 완성된 설계는 2030년 가동 예정인 엑스에너지의 초도호기를 시작으로 후속 프로젝트에 적용될 예정이다.
◇GS건설, AI 데이터센터로 신성장동력 확보
GS건설은 AI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GS그룹이 추진하는 강원 동해 AI 데이터센터 캠퍼스 조성사업은 첫 사업의 인허가를 마치며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다. 동해시는 지난 10월 1일 첫 100MW급 데이터센터의 건축허가를 완료했다. 전체 캠퍼스는 1.2GW 규모로 계획돼 있으며, 사업시행자는 2026년 착공과 2028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해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첫 100MW급 사업의 건축허가가 완료됐으며, 사이트 2·3은 추가 인허가가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파주와 고양, 부산 등 추가 사업 파이프라인도 확보하고 있어 향후 데이터센터 매출화가 외형 성장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 건축·시공뿐 아니라 전력과 냉각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LG전자, GRC와 액침냉각 및 통합 냉각솔루션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 역량 확보에도 나섰다.
◇비주택 사업, 실적 기여까지 시차…주택 사업도 여전히 중요
원전과 AI 데이터센터가 건설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비주택 사업이 당장 국내 주택 사업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대형 프로젝트는 수주 이후에도 설계와 인허가, 착공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가 크더라도 실적 기여 시점은 다를 수 있으며, 공사 기간과 원가 관리에 따라 실제 수익성도 달라질 수 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전, 전후 재건, 데이터센터 등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확장하는 내러티브와 별개로, 주요 건설사의 외형과 실질적인 현금흐름을 지탱하는 펀더멘털은 여전히 국내 주택 사업”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사업 다각화는 기존 주택 사업을 대체하기보다 새로운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과정아다. 비주택 사업의 수주 파이프라인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기존 주택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장기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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