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사용하는 목적은 화장품법에 명확히 정의돼 있다. 화장품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화장품은 인체를 청결하고 아름답게 해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품으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한다. 즉 화장품은 인체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피부와 모발의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이러한 기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성이다. 우리나라는 화장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유통화장품의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다.
관련 규정 제6조 제2항에서는 납, 니켈, 비소, 수은, 안티몬, 카드뮴 등의 중금속과 디옥산, 메탄올, 포름알데히드, 프탈레이트류 등에 대한 검출 허용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화장품에 의도적으로 첨가하지 않았더라도 원료 등에서 유래해 불가피하게 검출될 수 있는 물질에 대해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수은은 1pp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수은은 화장품에 의도적으로 첨가해서는 안 되는 물질이지만 원료 등에서 유래해 불가피하게 혼입될 수 있다. 이 경우 제품에서 검출된 수은이 규정된 허용한도 이내라면 해당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유통화장품의 안전기준은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관리장치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도 허용 수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와 유사한 규제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일본은 우리나라와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관리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모든 중금속에 대해 국가가 일률적인 제품별 허용한도를 정하기보다 제품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해당 국가에서는 중금속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안 된다는 뜻일까? 반대로 얼마나 검출되든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 답은'화장품 안전성 평가'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은 이미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가 정착돼 있다. 미국 역시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 Act)에 따라 인체에 유해한 화장품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조·판매기업이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일본도 '화장품기준(化粧品基準, 2000년 후생성 고시 제331호)'에서 불순물을 포함한 화장품 원료가 보건위생상 위해를 일으킬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자율적인 책임 아래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업이 원료와 완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을 확인하고 소비자에게 위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제품의 안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가 정해놓은 특정 물질의 허용한도를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의 특성과 사용환경을 고려해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접근방식이다.
이러한 안전성 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관리할 수 있는 유해요인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국가가 특정 중금속의 허용한도만 정해놓으면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안전성 평가체계를 운영하면 원료의 특성과 제조과정, 제품의 사용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다 폭넓은 유해요인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별 중금속의 허용 수치를 정해놓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실제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성을 얼마나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확보하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의 유형과 사용방법, 원료의 품질관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 제품에 포함되거나 제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을 확인하고 인체에 위해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관리할 책임을 지며 국가는 기업이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독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도 2028년부터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유통화장품 안전기준을 중심으로 제품의 안전성을 관리해왔다면 앞으로는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보다 폭넓은 유해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국내 화장품의 안전관리 수준과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