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어린이 공공병원을 건립하고 안정적인 소아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전국 출생아의 약 30%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지만, 독자적인 체계를 갖춘 어린이 공공병원은 아직 없어 공공의료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회와 경기도는 14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도 어린이 공공병원 건립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경기도 어린이 공공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정립하고 안정적인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기 의원은 "1420만 인구의 경기도에 24시간 공공어린이병원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경기도가 책임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기 의원은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야간에 아이가 아플 때 바로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밝히며 "오랫동안 환자단체에서 활동해 왔는데 그 마지막은 경기도 어린이병원을 만드는 것으로 하고 싶다"며 "공은 쏘아 올려졌고 한 걸음 내디뎠다"고 건립 추진 의지를 밝혔다.
주제발표를 맡은 서원식 가천대 의료산업경영학과 교수는 '경기도 24시 어린이공공병원 건립'을 주제로 경기도 소아의료체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공공병원 건립 방향을 제시했다.
서원식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출생아와 소아청소년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지만 소아의료 인력과 진료 기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인구 10만명당 65.6명으로 전국 평균인 82.4명에 미치지 못했다. 소아 진료 가능 기관도 관련 지표상 4.9개로 제시됐다. 특히 미숙아 구성비가 10.3%에 달해 일반 소아진료뿐 아니라 고위험 신생아를 위한 의료체계 확충도 필요한 상황이다.
서원식 교수는 주제 발표를 마치며 "경기도 24시 어린이 공공병원은 하나의 병원이 아니라 경기도 아이들을 위한 공공의료체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의회와 보건복지부의 정책·재정 지원을 비롯해 대학병원의 전문인력 지원, 경기도의료원과의 공공의료 협력, 민간병원 간 의뢰·회송체계, 소방·응급체계와의 전원 연계 등을 포함한 '경기도형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경기도 어린이 공공병원의 실질적인 역할과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병원 건립 이후의 운영비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서울의료원 이현석 원장은 "병원 건립보다 운영과 의료인력 확보가 더 어려운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공공병원의 적자가 단순한 경영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며, 민간의료기관이 소아진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원인을 먼저 분석하고 지원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경기도는 지역별 의료환경의 차이가 큰 만큼 특정 지역에 병원 몇 곳을 신설하는 것만으로는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기존 의료기관이 소아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새로운 공공병원과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뢰 정진향 사무총장은 "경기도형 모델의 출발점으로서, 경기도 공공어린이병원은 필수의료를 보존하고 진료 사각지대 해소와 응급 전원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경기도 어린이 공공병원이 야간·휴일 진료뿐 아니라 응급·입원치료와 취약계층 의료지원까지 담당하는 공공의료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다만 실제 건립을 위해서는 의료인력 확보와 재정 지원, 기존 의료기관과의 역할 분담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