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공기가 서늘해지는 10월에는 무의 맛도 달라진다. 여름 무보다 매운맛이 덜하고 수분이 많아지면서 생으로 베어 먹어도 아삭하고 단맛이 느껴진다. 김장철을 앞두고 시장과 마트에 가을무가 쌓이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다.
예부터 가을무를 두고 ‘인삼보다 낫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제철 무는 밥상에서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다. 무 하나만 있어도 나물과 전, 국, 조림까지 여러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부위에 따라 맛이 달라 용도를 나눠 쓰기도 좋다.
다만 무는 겉모습만 보고 고르면 속이 푸석하거나 수분이 부족한 것을 고를 수 있다. 잘랐을 때 속이 비어 있는 ‘바람 든 무’도 있다. 지금부터 10월 가을무를 제대로 고르는 법부터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알아본다.
묵직하고 단단한 무가 좋은 이유
가을무를 고를 때는 크기보다 무게를 먼저 보는 편이 좋다. 비슷한 크기라면 손에 들었을 때 묵직한 것이 수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표면은 지나치게 울퉁불퉁하지 않고 단단한 것이 좋으며, 깊게 갈라진 자국이나 검게 변한 부분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무청이 붙어 있다면 잎이 축 늘어지지 않고 푸른색을 유지한 것을 고른다.
또 뿌리 끝이 지나치게 말라 있거나 무 전체가 가볍게 느껴진다면 수분이 빠졌을 수 있다.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고 표면에 윤기가 남아 있는 무가 10월 특유의 아삭한 식감을 느끼기 좋다.
위·가운데·아래 맛이 모두 다른 가을무
무는 한 통을 통째로 같은 요리에 넣기보다 부위별로 나눠 쓰면 맛을 살리기 쉽다.
잎과 가까운 윗부분은 단맛이 강하고 식감도 아삭하다. 생채나 샐러드, 동치미처럼 생으로 먹는 음식에 잘 어울린다. 가운데 부분은 단맛과 매운맛이 비교적 고르게 섞여 있어 조림과 찜, 전처럼 여러 음식에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뿌리 끝으로 내려갈수록 매운맛이 강해진다. 이 부분은 생으로 먹기보다 국이나 찌개처럼 충분히 익히는 음식에 넣으면 매운맛이 부드러워진다.
무 한 통을 구입했다면 윗부분부터 생으로 먹고, 가운데는 반찬이나 조림에 사용한 뒤 아랫부분은 국물 요리에 넣는 식으로 나누면 버리는 부분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채 썰어 부치는 ‘무채전’
가을무의 단맛을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무전을 만들어도 좋다. 흔히 무는 국이나 조림에 넣는 재료로 생각하지만 얇게 채 썰어 부치면 바깥은 노릇하고 안쪽은 촉촉한 전이 된다.
무 300g을 가늘게 채 썬 뒤 소금 한 꼬집을 넣고 5분 정도 둔다. 무에서 물이 나오면 따로 버리지 않고 부침가루 4큰술과 달걀 1개를 넣어 섞는다. 반죽이 너무 되직하다면 물을 1~2큰술만 더한다.
팬에 기름을 얇게 두르고 반죽을 넓게 펼친 뒤 중불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무 자체에서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반죽을 두껍게 올리기보다 얇게 펴는 편이 바삭한 가장자리를 만들기 쉽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조금 넣으면 무의 단맛과 매운맛이 함께 살아난다.
들기름에 볶는 가을 무나물
무나물은 무가 달아지는 가을에 특히 맛이 좋은 반찬이다. 양념을 많이 넣지 않아도 무 자체에서 단맛이 나기 때문에 들기름과 소금만으로도 충분하다.
무 400g을 5cm 길이로 채 썰고 팬에 들기름 1큰술을 두른 뒤 무를 넣어 2~3분 볶는다. 이후 물 3큰술을 넣고 뚜껑을 덮어 약불에서 5분 정도 익힌다.
무가 투명하게 익기 시작하면 소금으로 간하고 다진 마늘을 조금 넣는다. 마지막에 들깨가루 1큰술을 넣으면 국물이 살짝 걸쭉해지면서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무를 처음부터 너무 오래 볶으면 수분이 빠져 질겨질 수 있어 살짝 볶은 뒤 물을 넣어 익히는 편이 부드럽다.
큼직하게 썰어 만드는 무된장조림
가을무는 된장과도 잘 어울린다. 무를 두껍게 썰어 된장 양념에 졸이면 생선이나 고기를 넣지 않아도 밥반찬으로 먹기 좋다.
무 500g을 1.5cm 두께로 반달 모양으로 썰어 냄비에 깐다. 물 400mL에 된장 1큰술, 국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을 풀어 붓고 중불에서 15분 정도 끓인다.
무가 반쯤 익으면 대파와 고춧가루 1작은술을 넣고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더 졸인다. 젓가락이 무 중심까지 쉽게 들어가면 충분히 익은 상태다.
생선조림처럼 강한 양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장의 짭조름한 맛이 무 안쪽까지 배어들어 가을무의 단맛을 느끼기 좋다.
속이 빈 ‘바람 든 무’는 버려야 할까?
무를 잘랐는데 속이 하얗게 뜨거나 스펀지처럼 푸석한 경우가 있다. 흔히 ‘바람이 들었다’고 표현하는 상태다.
무가 자라는 동안 수분 공급이 일정하지 않았거나 수확 시기가 늦어지면 내부 조직이 치밀하게 차지 않고 빈 공간이 생길 수 있다. 겉은 단단해 보여도 잘랐을 때 이런 상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바람 든 무는 생으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이 떨어지고 단맛도 약하다. 하지만 상하거나 곰팡이가 핀 상태가 아니라면 국이나 찌개, 육수처럼 오래 끓이는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된장국이나 어묵탕에 넣어 충분히 익히면 푸석한 식감이 덜 느껴지고 국물 맛도 낼 수 있다. 생채나 샐러드처럼 식감이 중요한 음식만 피하면 된다.
무청은 바로 잘라 따로 보관
무청이 붙은 무를 그대로 냉장고에 넣으면 잎이 무 속 수분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 구입한 뒤에는 무청을 먼저 잘라내는 편이 좋다.
무는 흙을 털어낸 뒤 물기가 남지 않도록 닦고 키친타월이나 종이로 감싸 냉장고 채소칸에 넣는다. 자른 무는 단면에 랩을 밀착해 공기가 닿는 것을 줄인다.
잘라낸 무청도 버릴 필요가 없다. 연한 잎은 끓는 물에 데쳐 된장과 들기름에 무치면 나물이 되고, 양이 많으면 데친 뒤 물기를 짜서 한 번 사용할 양씩 나눠 냉동할 수 있다.
10월 가을무는 생으로 먹을 때와 익혀 먹을 때 맛이 크게 달라진다. 윗부분은 달고 아삭하며, 가운데는 조림에 잘 어울리고, 아랫부분은 국물 요리에 넣었을 때 매운맛이 부드러워진다.
무채전과 들깨 무나물, 된장조림처럼 평소 자주 하지 않던 방식으로 조리하면 한 통을 끝까지 활용하기도 쉽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은 수분과 단맛이 차오른 가을무를 꼭 맛봐야 할 시기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