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테크+/⑥]AI는 왜 'SI'가 됐나…美 정부가 꺼낸 새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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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테크+/⑥]AI는 왜 'SI'가 됐나…美 정부가 꺼낸 새 이름

비즈니스플러스 2026-10-04 10:11: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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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기술은 이제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인공지능(AI)부터 반도체, 통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까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와 산업 곳곳에 기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새로운 용어와 개념도 쏟아지고 있지만, 막상 그것이 무엇이고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플러스는 최근 주목받는 기술과 업계 이슈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요즘 테크에 대해 하나하나씩 알아가볼까요. [편집자주]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을 '슈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SI)로 바꿔 부르기 시작하면서 AI를 둘러싼 논쟁의 범위가 기술을 넘어 언어와 정책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앞으로 미국 정부 문서에서 AI 대신 '슈퍼 인텔리전스'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Artificial'이라는 단어가 인공적이거나 가짜처럼 들린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후 29일에는 '슈퍼 인텔리전스 시대의 개막'을 표제로 한 행정명령을 내놨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기관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문과 대외 소통, 웹사이트, 보고서, 정책 문서 등에서 AI 대신 SI를 사용하게 됐다. 이 행정명령은 지난 2일 연방관보에도 게재됐다.

이번 조치가 미국 법률상 AI의 범주를 즉시 없앤 것은 아니다. 행정명령은 과도기적으로 SI를 기존 연방법의 AI 정의에 해당하는 기술과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과학기술보좌관에게 60일 이내에 SI의 연방 차원 정의와 관련 입법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기존 규정이나 계약, 과거 문서까지 일괄 수정하도록 한 것도 아니다. 현 단계에서 SI는 새로운 법적 기술 분류라기보다 기존 AI를 포괄해 부르는 행정상 명칭에 가깝다.

논쟁이 커진 배경에는 SI가 원래부터 AI 업계에서 별도의 의미로 사용돼 왔다는 점이 있다. 개념의 뿌리는 1965년 영국 수학자 I.J. 굿의 '초지능 기계' 논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연구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인지 능력을 폭넓게 넘어서는 시스템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오픈AI도 2023년 슈퍼인텔리전스를 AGI보다 훨씬 강력한 미래의 AI 시스템으로 설명했고, 구글 딥마인드는 올해 AGI에서 인공초지능(ASI)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별도의 연구 대상으로 다뤘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현재의 AI 시스템 전반을 SI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기술적 의미와 행정적 의미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AI는 추천 알고리즘과 음성인식부터 생성형 AI까지 폭넓은 기술을 포함한다. 반면 슈퍼인텔리전스는 통상 인간의 능력을 광범위하게 넘어서는 수준을 전제로 한다. 연구 현장에서는 특정한 고도 지능을 뜻하는 용어가 정부 문서에서는 현재의 AI 전체를 가리키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명칭 변경이 나온 시점도 주목된다. 미국에서는 AI의 안전성과 사회적 비용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퀴니피액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전국 성인 조사에서 73%가 미래의 AI가 인간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86%는 AI 개발이 늦어지더라도 독립적인 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데 찬성했고, 91%는 미국이 AI에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지역 내 건설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72%였다. 동시에 69%는 미국이 AI 개발에서 중국을 따라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안전과 기술 경쟁에 대한 요구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가운데 기술 경쟁과 성장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해 왔다. 그는 유엔총회에서 AI의 성장을 억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미국이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주요 기술기업들과 맺은 자율적 안전협약에서도 업계의 자체 관리가 주요 방식으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SI라는 명칭은 단순한 용어 선택을 넘어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개발 속도를 이어가겠다는 정책 메시지와 함께 해석되고 있다. 

실제 활용 범위는 아직 미국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미 국무부 국제기구 담당 부서는 지난달 23일 외교 문서에서 AI를 SI로 바꾸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고, 행정명령을 통해 적용 대상이 연방기관 전반으로 확대됐다. 반면 미국 전체 정부 조직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는 9월 30일 주정부가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용어가 달라지는 사례가 이미 나타난 것이다.

국제적 확산 여부는 아직 가변적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정상회담 결과에서 AI를 SI로 부르기로 하고 양국 간 SI 대화와 사고 발생 시 소통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고 미국 측이 발표했다. Reuters도 양국이 AI 위험과 이익을 논의할 대화 창구와 사고 대응 채널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SI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글로벌 기술기업과 연구계에서 기존 AI 용어를 변경한 것은 아니어서 SI가 국제 기술 표준으로 정착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국내에서는 SI가 다른 맥락으로 등장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지난 1일 국가AI전략위원회 세미나에서 AI가 초지능을 거쳐 스스로 개선하는 'Self-Improving Super Intelligence(SI²)'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SI가 기존 AI를 대체하는 행정·정책 용어라면 국내에서 언급된 SI²는 자기개선 능력과 기술 경쟁의 속도를 강조하는 개념이라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이름보다 정의다. 미국 행정부가 60일 안에 어떤 SI의 법적 정의를 제시하는지, 기존 AI·AGI·ASI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지가 중요하다. 학계에서 이미 구분해 사용해 온 개념과 정부의 새 용어가 얼마나 일치할지도 변수다. 동시에 데이터센터 전력과 일자리, 안전 기준, 미중 기술 경쟁 같은 현실의 쟁점은 명칭과 관계없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AI에서 SI로의 변화는 기술 자체가 하루아침에 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어떤 기술을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 또 어느 수준의 능력을 새로운 기술 범주로 정의할지를 둘러싼 정책 논의가 시작됐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미국 정부 문서에서는 SI 사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연구계와 산업 현장에서는 AI·AGI·ASI가 병존하는 용어 체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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