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한 번쯤 경험한다. 어제까지 잘 먹던 사료를 오늘 아침 갑자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새 사료를 사주면 처음에는 잘 먹다가 며칠 뒤 다시 시큰둥하다.
“우리 고양이는 입맛이 너무 까다로워요.”
정말 그럴까? 고양이는 음식의 냄새와 질감, 온도, 신선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제로 음식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동물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식욕 저하를 무조건 ‘편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평소 잘 먹던 고양이의 식습관이 갑자기 달라졌다면 질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구강질환 있다면 먹고 싶어도 씹지 못해
고양이가 밥그릇 앞까지 달려오고 냄새도 맡는데 정작 몇 입 먹지 못하고 돌아선다면 단순히 입맛이 없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치과질환 탓일 수 있다. 치주질환, 치아흡수병변, 구내염처럼 입안에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대표적이다. 먹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씹을 때 아프기 때문에 먹지 못하는 것이다. 사료를 입에 넣었다가 떨어뜨리거나 한쪽으로만 씹고 침을 흘리거나 딱딱한 사료만 피한다면 구강검진이 필요하다.
■냄새만 맡고 돌아선다면 오심 때문일 수도
고양이의 오심(구역질)은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반드시 토해야만 속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밥그릇 앞에서 냄새만 맡고 돌아서거나 입술을 핥고 침을 자주 삼키며 음식 앞에서 머뭇거리는 행동도 오심의 표현일 수 있다. 만성신장질환, 췌장염, 간담도질환, 위장관질환 등은 모두 식욕 저하와 오심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노령묘가 갑자기 입맛이 까다로워졌다면 ‘나이가 들어 입맛이 변했나 보다’라고 넘기기보다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등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많이 먹는다고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냐
반대로 고양이가 갑자기 식욕이 지나치게 좋아질 때도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고양이의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는 많이 먹는데도 체중이 감소할 수 있다. 당뇨병에서도 다식과 함께 다음·다뇨,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장질환이나 소화·흡수장애가 있을 때도 먹는 양에 비해 체중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고양이의 식욕을 평가할 때는 ‘잘 먹는다, 안 먹는다’만 볼 것이 아니라 체중의 변화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굶겨서 버릇 고치려 하면 안 돼
“배고프면 결국 먹겠죠.”
보호자가 흔히 하는 실수다. 강아지에게는 통할 때도 있지만 고양이에게는 조심해야 한다. 고양이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특히 비만한 개체는 지방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지방간은 단순한 영양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인 영양 공급과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질환이다. 따라서 고양이가 먹지 않을 때는 ‘고집 대 고집’의 싸움을 시작하기보다 왜 먹지 않는지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
■잦은 사료 교체 또한 편식 부추길 수도
반대의 문제도 있다. 고양이가 한두 끼 시큰둥할 때마다 새로운 사료와 캔, 간식을 계속 바꿔주면 고양이는 ‘이걸 안 먹으면 더 맛있는 것이 나온다’고 아주 빠르게 학습한다. 결국 보호자는 사료 다섯 봉지와 캔 열 종류를 늘어놓고 오늘의 메뉴를 고민하는 고양이 전용 뷔페의 지배인이 된다.
질병이 배제된 건강한 고양이라면 일정한 식사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반면 식욕 변화와 함께 체중 감소, 구토, 설사, 음수량 증가, 활동성 저하, 침 흘림 등이 동반된다면 단순 편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특히 평소 잘 먹던 고양이가 갑자기 먹지 않는 것은 중요한 변화다. 고양이는 아픈 것을 잘 숨기는 동물이다. 따라서 보호자가 발견하는 첫 번째 이상이 거창한 증상이 아니라 “요즘 밥을 좀 이상하게 먹어요”일 때가 많다. 반려묘가 밥그릇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왜 먹는 행동이 달라졌을까?’
미식가와 환자의 차이는 의외로 그 작은 질문에서 발견될 수 있다.
<김방실 수원동물병원 방실웃는 원장ㅣ정리 헬스경향 조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