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가을이 깊어지는 영천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소개된다. 포도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드는 노부부부터 3대째 목탁을 만드는 장인, 경주마의 새로운 삶을 돕는 청년 조련사까지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KBS 1TV ‘동네 한 바퀴’에 등장한다.
3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388회는 ‘복도 많다, 풍요의 땅-경상북도 영천시’ 편으로 꾸며진다. 진행자 이만기는 금호강을 따라 영천 곳곳을 걸으며 지역의 전통과 먹거리,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여정의 시작은 영남 3대 누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조양각이다. 조양각 앞에서는 경상북도 대표 풍물놀이인 명주농악 공연이 펼쳐지고, 무형유산 등재를 목표로 연습을 이어가는 명주농악보존회 회원들도 만난다. 이만기도 이들의 연주에 함께하며 영천에서 이어지고 있는 농악의 현장을 경험한다.
영천을 대표하는 농산물 가운데 하나인 포도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 특성 덕분에 포도 재배가 활발한 영천에서 임채만·김잠숙 부부는 오랜 시간 농사를 지어왔다.
부부가 와인에 도전한 것은 예순둘의 나이였다. 직접 키운 포도를 활용해 레드와 화이트, 아이스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지 17년째다. 올해는 영천의 와인 축제 참가를 앞두고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다시 포도밭과 양조장을 오간다. 농사로 시작한 삶이 새로운 직업으로 이어진 부부의 일상이 담긴다.
말과 함께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도 있다. 임고면 운주산 승마조련센터에는 50여 마리의 말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경주마로 활동한 뒤 승용마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말들을 훈련하는 곳이다.
청년 조련사 김경연 씨는 말과 가까이 지내며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경주마로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도 말의 삶은 계속된다는 점에서 승용마 훈련은 또 다른 역할을 한다.
오랜 기술을 이어가는 청년 장인도 영천에서 만난다. 안진석 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목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회사 생활을 접고 11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가족의 기술을 이어받기 위해 목탁 제작에 매달리고 있다.
목탁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최소 3년이 걸린다. 살구나무를 충분히 건조한 뒤 형태를 만들고, 소리를 다듬는 작업까지 여러 수작업을 거쳐야 한다. 70여 년 동안 이어진 가업을 다음 세대로 가져가기 위한 안진석 씨의 시간이 소개된다.
영천의 오래된 산업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한약재 집산지로 이름을 알려온 영천에는 영천한의마을이 자리한다. 보현산과 채약산을 비롯한 지역의 자연환경은 다양한 약초가 자라는 조건을 갖췄고, 교통의 발달과 함께 한약재 유통도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영천한의마을에서는 한의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사상체질 검사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만기는 이곳에서 약초와 한방 문화를 접하며 영천이 오랜 시간 쌓아온 지역의 특색을 살펴본다.
영천의 가을을 이야기하면서 한우를 빼놓기도 어렵다. 2004년 경부고속도로 영천 나들목 인근에 조성된 영천 한우숯불단지는 당일 도축한 한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만난 윤인지·이정희 부부는 원래 식당을 운영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영천 한우의 맛에 매료돼 식당을 시작한 부부는 직접 개발한 육수를 활용한 한우 물회와 한우 초밥 등을 선보이고 있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돌도 있다. 북안면 마동마을의 ‘돌할매’는 약 350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이 돌 앞에서 소원을 빌어왔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먼저 돌을 들어본 뒤 소원을 빌고 다시 들어 무게가 달라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지금도 소원을 빌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돌할매에는 오랜 세월 마을 주민들이 간직해온 이야기가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은 씨름과 보리떡으로 새로운 삶을 꾸린 전미숙·김성용 부부다. 직접 농사지은 보리에 누룩가루와 생막걸리를 넣어 보리떡을 만든다.
전미숙 씨는 젊은 시절 경북 씨름대회에서 활약했지만 9년 전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가게를 접었던 그는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주던 보리떡을 떠올렸고, 이를 다시 만들며 새로운 일상을 시작했다.
그렇게 문을 연 보리떡 카페는 부부의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 됐다. 투병 중에도 직접 보리떡을 만들며 하루를 보내는 전미숙 씨는 과거 씨름판에서 보냈던 시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산과 강, 포도밭과 축산농가, 오래된 기술과 새로운 도전을 품은 영천. ‘동네 한 바퀴’는 지역의 명소를 나열하는 대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가을 영천의 풍경을 담는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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