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여 먹는 즉석떡볶이가 유난히 잘 어울린다. 떡과 어묵을 건져 먹다가 라면이나 쫄면 사리를 더하고, 마지막에는 남은 양념에 밥까지 볶아 먹을 수 있어 한 끼를 천천히 즐기기 좋다.
서울에는 수십 년 동안 같은 동네를 지켜온 가게부터 홍대에서 시작해 여러 지점으로 뻗어나간 곳까지 즉석떡볶이를 내세운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매콤달콤한 양념은 비슷해 보여도 춘장을 섞거나 깻잎을 넉넉히 올리고, 버터갈릭 감자튀김을 곁들이는 등 먹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떡볶이를 먹은 뒤 주변을 천천히 걸을 곳도 함께 찾을 수 있다. 가을날 뜨끈한 즉석떡볶이 한 냄비와 산책을 한 번에 즐기기 좋은 서울 네 곳을 살펴본다.
1. 1953년 시작한 신당동 즉석떡볶이, 마복림 할머니집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이름 가운데 하나는 마복림할머니떡볶이이다. 마복림 할머니가 1953년 장사를 시작했으며, 이 가게가 알려지면서 주변에 떡볶이집이 하나둘 들어서 지금의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 만들어졌다. 서울 공식 관광정보에도 1953년 개업한 신당동 떡볶이 골목의 시작점으로 소개돼 있다.
이 집의 양념은 고추장에 춘장을 섞는 방식이다. 붉은 고추장 맛에 춘장의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이 더해져 신당동식 즉석떡볶이의 색깔을 만든다. 테이블에서 직접 냄비를 끓이며 먹는 방식도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냄비에는 떡과 어묵을 비롯해 라면이나 쫄면 사리를 함께 넣어 먹는다. 처음에는 국물이 넉넉하지만 끓일수록 양념이 재료에 스며들면서 맛이 진해진다. 한꺼번에 너무 오래 끓이기보다 떡이 부드러워진 뒤 불을 낮춰 먹는 편이 좋다.
2. 3대째 이어온 마포 즉석떡볶이, 코끼리분식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코끼리 즉석 떡볶이은 공덕·마포 일대에서 오래 알려진 즉석떡볶이집이다. 서울 공식 관광정보에는 3대째 운영 중인 곳으로 소개돼 있으며, 2017년과 2018년에는 블루리본 서베이에 이름을 올렸다.
이곳에서는 기본 떡볶이에 라면이나 쫄면, 어묵 사리를 더해 끓여 먹는다. 양념이 어느 정도 졸아들면 튀김을 넣어 국물을 머금게 먹는 방법도 잘 어울린다.
즉석떡볶이는 끓이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국물이 비교적 가볍지만 시간이 지나면 떡에서 나온 전분과 양념이 섞이면서 점차 걸쭉해진다. 사리를 여러 개 넣었다면 국물이 빠르게 줄 수 있어 불을 너무 세게 유지하지 않는 편이 먹기 좋다.
마무리는 볶음밥이다. 서울 공식 관광정보에서도 떡볶이를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방식이 이 집의 먹는 법으로 소개돼 있다. 양념을 조금 남긴 상태에서 밥을 볶으면 떡볶이와는 또 다른 고소한 맛으로 한 끼를 끝낼 수 있다.
3. 떡볶이와 버터갈릭 감자튀김, 또보겠지떡볶이집
홍대 일대에서 즉석떡볶이를 찾을 때 자주 언급되는 곳이 또보겠지떡볶이집 붕붕허니비점이다. 또보겠지떡볶이집은 2010년 10월 서교동 마포도서관 앞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했고, 이후 홍대와 합정 등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렸다.
즉석떡볶이에는 떡과 어묵, 양배추, 면 사리 등이 들어가며 위에는 깻잎을 넉넉하게 올리는 편이다. 끓으면서 깻잎 향이 국물에 섞여 매콤한 양념과 잘 어울린다.
이곳에서 떡볶이와 함께 많이 찾는 메뉴가 버터갈릭 감자튀김이다. 갓 튀긴 감자에 버터와 갈릭 소스를 더한 메뉴로, 매콤한 떡볶이를 먹는 중간에 곁들이기 좋다. 2026년 9월 방문 후기에서도 떡볶이와 함께 버터갈릭 감자튀김을 찾는 경우가 확인된다.
떡볶이를 거의 다 먹었다면 남은 양념에 볶음밥을 더할 수 있다. 국물이 너무 많이 남았을 때보다 자작하게 졸아든 상태에서 볶으면 양념이 밥에 고르게 묻는다.
4. 1978년부터 이어온 망우동 떡볶이, 잉꼬네떡볶이
중랑구 망우동의 잉꼬네 떡볶이은 1978년부터 이어온 분식집이다. 학교가 몰려 있던 망우동 일대에 떡볶이 포장마차가 많았던 시절부터 장사를 시작했고, 시어머니에서 며느리, 다시 아들로 이어져 현재 3대째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주문을 받은 뒤 떡볶이를 익혀 내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에 떡과 어묵, 만두, 달걀 등을 곁들여 먹으며 오래된 학교 앞 떡볶이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 특징이다.
국물이 넉넉한 편이라 만두나 달걀을 섞어 먹기에도 좋다. 삶은 달걀을 으깨 국물과 함께 먹으면 양념이 노른자에 스며들면서 맛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1978년부터 같은 이름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이곳의 이야깃거리다. 수십 년 동안 망우동 학생과 주민들이 찾았던 동네 분식집이 이제는 3대째 운영되는 오래된 가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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