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물·불·공기·흙, 가야금으로 다시 태어나다...자연에서 찾은 ‘순환’의 감각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컬처N] 물·불·공기·흙, 가야금으로 다시 태어나다...자연에서 찾은 ‘순환’의 감각

뉴스컬처 2026-10-03 10:39:36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연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해해왔다. 물이 흐르고, 불이 타오르고, 공기가 움직이고, 흙이 생명을 품는 과정은 자연의 질서이면서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다. 형태는 달라져도 사라지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원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창작국악 앙상블 Hey string은 이 오래된 자연의 질서를 무대 위로 가져온다. 오는 15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공연하는 ‘서큘레이터’는 물·불·공기·흙을 소재로 삼아 삶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것들을 음악과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창작국악 공연 '서큘레이터' 공연 모습.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창작국악 공연 '서큘레이터' 공연 모습.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작품은 4원소를 지식이나 상징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공기의 가벼운 움직임, 불이 만들어내는 변화, 물의 유동성, 흙의 질감처럼 각각의 물성이 가진 특성을 소리와 몸의 움직임으로 옮긴다. 관객은 무대 위에서 자연을 묘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성질이 음악과 움직임으로 변하는 과정을 감각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창작국악이 전통악기의 재현에서 벗어나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야금은 오랜 시간 한국음악을 대표해온 악기지만, 현대 창작자에게 가야금은 과거의 음악을 재현하는 도구만은 아니다. 현을 뜯는 방식과 울림을 새롭게 조합하면 자연과 인간, 공간에 관한 동시대의 이야기도 담아낼 수 있다.

‘서큘레이터’는 바로 그 가능성을 파고든다. 작품에는 ‘공기’, ‘꿈’, ‘불’, ‘물’, ‘흙’, ‘걷기, 달리기’, ‘사유의 리듬’ 등 7개의 프로그램이 배치된다. 각각의 작품은 서로 다른 감각을 건드리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어간다.

특히 작품 구성은 하나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자연의 성질을 표현한 작품 사이에 꿈과 걷기, 달리기처럼 인간의 내면과 신체를 다룬 작품이 놓인다. 자연에서 인간으로, 다시 인간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통해 ‘순환’이라는 주제를 음악적으로 풀어낸다.

여기서 움직임은 음악을 보조하는 장치가 아니다. 퍼포머의 몸은 소리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불의 움직임처럼 빠르게 변하거나 물처럼 유연하게 이어지는 신체의 동작은 가야금 소리와 만나면서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공간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설치물을 활용해 공연장의 모습 자체를 변화시키고, 음악과 퍼포먼스가 공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구성한다.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객이 공간의 변화까지 함께 받아들이도록 설계한 이유다.

‘서큘레이터’가 바라보는 자연은 배경이 아니다. 물과 불, 공기와 흙은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인 동시에 변화의 원리를 보여주는 존재다. 형태가 달라지고 서로 만나며 다시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삶 역시 고정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야금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가 된다. 전통적인 악기의 소리를 출발점으로 삼되 음악, 몸, 공간의 결합을 통해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구성한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과 전통을 현재형으로 만드는 일이 반드시 서로 다른 방향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서큘레이터’의 마지막 프로그램 ‘사유의 리듬’은 이러한 여정을 관객에게 돌려준다. 공연에서 만난 소리와 움직임을 각자의 기억 속에서 다시 바라보게 하면서 작품의 끝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어간다. 무대에서 완성된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하기보다 공연을 본 사람의 경험 속에서 또 다른 의미가 만들어지도록 여백을 남긴다.

4원소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삶으로 돌아온다. 자연이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듯 음악도 고정된 형태에 머물지 않는다. 전통악기에서 시작한 소리가 움직임과 공간을 만나고, 다시 관객의 기억으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서큘레이터’가 보여주는 순환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