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강선영 기자] 태평양 한가운데, 굶어 죽어가던 부부가 다투었다. 커리에 곁들일 음료 때문이었다. 남편은 와인이 어울린다고 했다. 아내는 물이어야 한다고 했다. 향신료 때문에 와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두 사람 앞에 놓인 것은 빗물 한 컵과 날생선뿐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언젠가 돌아가서 지을 새 배의 만찬 메뉴를 짜는 중이었다. 폭이 1.5미터도 되지 않는 고무보트 위에서.
두 달 전인 1973년 3월 4일 새벽, 태평양 한가운데서 죽어가는 향유고래 한 마리가 두 사람의 요트를 들이받았다. 사십 분 뒤 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무전기도, 엔진도, 낚시 도구도 없었다. 남은 것은 고무 구명정과 딩기 보트, 통조림 서른세 개, 그리고 서로뿐이었다. 그때부터 117일의 표류가 시작됐다. 두 사람은 항로에서 1,450킬로미터를 떠내려갔다. 안전핀을 구부려 낚싯바늘을 만들고, 맨손으로 거북과 바닷새와 상어를 잡았다. 신호탄은 불발됐고, 일곱 척의 배가 눈앞을 지나갔지만 아무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그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서로의 최악을 보고도 끝내 같은 뗏목에 남아 있었던, 두 사람의 결혼이다. 118일간의 표류 끝에 남은 것은 생존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어떻게 살아 있게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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