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과 다계통위축증(이하 MSA)은 질환이 진행될수록 전문적인 치료와 돌봄이 필요하지만 현행 제도가 환자의 실제 중증도와 의료적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진행성 파킨슨병의 중증도 분류와 MSA의 희귀질환 지정·환자등록체계 등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만희 위원장(국민의힘)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은 11일 국회 제7간담회실에서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KMDS) 주관으로 ‘파킨슨병과 이상운동질환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만희 위원장은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질환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잘 살펴 의료전달체계와 재정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정책에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영 의원은 “파킨슨병과 이상운동질환은 고령화에 따라 사회·국가적 영향이 커지고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정책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고 분류하는 것이 지원정책으로 연결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진행성 파킨슨병, 전문진료 필요해도 ‘중증’ 인정 어려워
우선 아주대병원 신경과 윤정현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파킨슨병 중증도 분류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현행 상급종합병원 중증도 분류체계가 진행성 파킨슨병환자의 실제 의료 필요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파킨슨병은 진행될수록 약물조절이 복잡해지기 떄문에 보행·연하·인지·자율신경장애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다학제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이때 뇌심부자극술(DBS)과 지속주입치료 관리 등 고난도진료도 상당 부분 외래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중증도 평가는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입원환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술이나 특정 합병증 없이 약물조절이나 치료계획 수립을 위해 입원하면 중증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진행성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해도 외래와 입원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약 복용횟수와 운동동요, 보행장애 등 질환의 진행단계와 기능장애를 반영한 중증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과 지역의료기관 간 의뢰·회송체계를 보완해 환자상태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정현 교수는 “모든 파킨슨병환자를 중증으로 분류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안정적인 환자는 지역에서 관리하되 약을 여러 차례 복용하고 수술이나 집중적인 약물조절이 필요한 진행성환자가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올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계통위축증환자 정확한 통계 無…희귀질환 지정 필요
이어 서울의료원 신경과 유수연 교수는 ‘비전형 파킨슨증의 희귀질환 등록 및 파킨슨질환 신약 임상연구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유수연 교수는 다계통위축증(이하 MSA)은 파킨슨증과 소뇌기능장애, 자율신경부전 등이 함께 진행하는 중증 신경퇴행질환이지만 국내에서는 여러 진단코드로 분산돼 정확한 환자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2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상 G23.2 환자는 1351명, G23.3 환자는 1222명으로 단순합계는 2573명이다. 단 코드 간 중복 가능성이 있고 G20, G11.2 등 다른 코드로 진료받는 환자도 있어 이를 국내 전체 MSA환자 수로 볼 수는 없다.
이에 MSA를 독립적인 희귀질환·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정하고 표준화된 등록기준과 국가단위 환자 레지스트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MSA는 진행속도가 빨라 진단 후 수년 사이 보행보조기나 휠체어가 필요해지고 연하·호흡장애 등으로 다학제진료와 돌봄 필요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유수연 교수는 “희귀질환 지정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환자를 정확히 식별하고 자연경과와 임상데이터를 축적해 전문진료와 임상시험, 신약 도입까지 연결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현장과 제도 사이 ‘간극’…환자 중심 개선 필요
이후 이뤄진 패널토론에서는 MSA의 희귀질환·산정특례 지정과 진행성 파킨슨병의 중증도 분류 개선, 희귀·중증 신경계질환의 신약 접근성 등을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패널토의의 좌장은 이주영 의원이 맡았으며 ▲한국파킨슨희망연대 김금윤 대표 ▲본지 이원국 기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전달체계혁신단 전달체계기획부 고미선 부장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 양정석 과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파킨슨희망연대 김금윤 대표는 “환자에게 중증은 입원 여부가 아니라 약효가 없을 때 혼자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약효 지속시간과 보행동결 등 실제 기능상태를 중증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약품과 전용 의료기기가 함께 필요한 치료는 하나의 치료체계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MSA의 희귀질환 지정은 환자지원의 출발점일 뿐 실제 치료혜택으로 이어지려면 ‘지정 이후’의 제도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희귀질환으로 관리되는 질환에서도 신약이 개발된 뒤 국내 임상시험과 허가, 출시, 급여를 거쳐 실제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 여러 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전달체계혁신단 전달체계기획부 고미선 부장은 “현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적합질환 기준이 입원환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외래에는 전문·일반·단순진료 질병군 구분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문적인 외래진료를 제도에 반영하려면 어떤 환자와 진료를 대상으로 할지,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과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 양정석 과장은 “현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비롯한 의료전달체계 사업은 일반적인 급성기질환을 중심으로 설계돼 파킨슨병이나 MSA처럼 진행에 따라 환자상태가 계속 변하는 질환의 특수성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약제부 등 다른 부서와 관련된 사안도 오늘 제기된 의견을 전달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