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삶 기록한 오윤, 완성작 너머 창작의 흔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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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삶 기록한 오윤, 완성작 너머 창작의 흔적을 만나다

뉴스컬처 2026-09-08 14:29:30 신고

오윤 작가, 1965~1970년 서울대학교 재학 시기.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오윤 작가, 1965~1970년 서울대학교 재학 시기. 사진=서울시립미술관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1946년 부산에서 태어난 오윤은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뒤 현실과 미술의 관계를 고민해 온 인물이다. 1969년 '현실동인', 1979년 '현실과 발언'에 참여하며 당대 사회의 모순과 민중의 삶을 굵직한 선과 역동적인 형상으로 담아냈다. 판화를 주 매체로 삼아 이웃과 노동자 등 민중의 모습을 기록하는 한편 문학·출판계와 교류하며 사회적 소통을 확장했다. 불교와 동학, 증산을 비롯한 한국의 전통사상과 굿, 춤, 신명과 같은 전통문화에 대한 탐구를 풀어내며 1980년대 중반 예술적 절정기를 맞았으나 1986년 첫 개인전을 연 뒤 마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윤, ‘도깨비’(1985, 광목에 고무판).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오윤, ‘도깨비’(1985, 광목에 고무판).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작고 40주기를 맞이한 오윤 작가의 소장자료 기획전 ‘오윤’을 지난달 27일 시작해 2027년 2월 14일까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진행 중이다. 2024년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아 정리한 860건의 오윤 컬렉션을 바탕으로 기획됐으며, 완성된 작품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창작의 이면을 살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윤, ‘대지’(1983, 목판화).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오윤, ‘대지’(1983, 목판화).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오윤이 남긴 아카이브와 작품을 연대기적 흐름에 따라 총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첫 번째 장 ‘개도치 오윤’은 대학 재학 시절 모더니즘 조각과 전통 연희를 접목하며 초기 조형 언어를 모색하던 시기를 다룬다. 이어지는 ‘땅에 넋이 있지라’에서는 모자상과 가족 형상을 통해 근현대사의 상처를 감싸 안은 민중미학을 조명하며, ‘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에서는 경주와 고양, 수유동 등에서 만난 이웃들의 삶을 기록한 수행적 태도를 짚어낸다.

전반부의 흐름은 후반부로 이어져 작가의 비판적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네 번째 장 ‘응당 무엇을 표현하는가’는 ‘현실과 발언’ 활동을 중심으로 미술이 현실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물었던 예술관을 보여준다. 다섯 번째 장 ‘나가 포함된 집단적 흥’은 진도 요양 이후 굿과 춤 등 전통문화의 생명력을 결합해 절정기의 예술 세계를 펼친 과정을 다룬다. 마지막 ‘나두야 간다’는 고등학생 시절의 여행일지부터 창작 도구까지 되짚으며 전통에 대한 탐구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여준다.

오윤, ‘노동의 새벽’(1976, 목판화 원판).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오윤, ‘노동의 새벽’(1976, 목판화 원판).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 31점과 함께 판화 원판, 습작, 드로잉, 노트 등 300여 점의 아카이브가 함께 공개된다는 점이다. 관람객들은 판화 작품과 원판을 나란히 보며 칼의 흔적과 판각의 힘이 만들어내는 조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1986년 그림마당 민에서 열린 ‘오윤 판화전’의 현장 영상기록이 최초로 공개돼 작고 직전의 생생한 모습과 당시 문화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오윤의 대표작들을 마주하는 것에서 나아가 노트에 적힌 메모와 드로잉을 디지털 이미지와 전사문으로 확인하면서 하나의 예술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치열한 사유 과정을 공유하게 된다. 미술관 측은 디지털 열람과 전사 자료집 발간을 병행해 후속 연구의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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