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인기 장르인 MMORPG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엔씨 ‘아이온2'를 필두로 넷마블 ‘뱀피르’, 드림에이지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등이 경쟁을 펼쳤으며 올해 역시 넷마블의 ‘솔: 인챈트(SOL: enchant)’와 컴투스의 ‘제우스: 오만의 신(이하 제우스)’ 그리고 오는 10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마일게이트의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이하 이클립스)’가 새로운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서브컬처와 방치형 키우기 등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피로감이 높은 MMORPG는 젊은 이용자층의 외면을 받는 추세다. 하지만 MMORPG는 높은 이용자당 평균 결제액(ARPPU)과 충성도 높은 고과금 이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국내 게임사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 피로감 짙어진 ‘리니지라이크’…게임업계 해법은
국내 MMORPG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감은 구축된 과도한 과금 모델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다. 이용자 간 경쟁이 주요 콘텐츠인 대부분의 MMORPG의 경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과금 구조를 채용하고 있다.
엔씨의 ‘리니지’ IP가 이러한 과금 모델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면서 후발 주자들은 리니지의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으며 시장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게임들을 ‘리니지라이크’라는 새로운 장르로 묶었다.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은 오랜 기간 모바일 앱마켓 매출 최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연간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벌어들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게임 산업의 외적 성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이른바 리니지라이크 문법에 대한 이용자들의 구조적 피로도가 임계점에 달하면서 시장 상황도 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리니지 IP로 급성장한 엔씨는 2022년 연매출 2조5718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후 리니지라이크 이탈 현상에 직면하면서 지난해 연매출 1조50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시장에서 리니지라이크가 외면받으면서 업계에서는 기존의 수익성은 유지하면서 이용자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올해 하반기 경쟁에 돌입한 신작 3종도 과거의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대신 뚜렷한 진입장벽 완화책을 제시하고 있다.
장르 특유의 대규모 세력전(RvR)과 필드 분쟁의 재미는 보존하되 인공지능(AI) 기반의 비접속 성장 케어, 이용자 직접 운영권 부여, 시간 선택형 버프 및 유료 캐시 장비 배제 등 시스템적 완충 지대를 구축하며 누적된 시장 피로도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양상이다.
▲ ‘신권’부터 ‘MMO-Lite’까지…차별화로 던진 승부수
하반기 신작 MMORPG 3종은 모두 언리얼엔진5 기반의 고품질 비주얼과 모바일·PC 크로스플랫폼 환경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게임 내 경쟁 구조와 성장 메커니즘에서는 각기 다른 해법을 택했다.
지난 6월 18일 가장 먼저 출격한 넷마블의 솔: 인챈트는 엔씨에서 ‘리니지M’ 개발을 이끌었던 핵심 인력들이 설립한 신생 개발사 알트나인의 작품이다.
솔: 인챈트는 최고위 랭커에게 서버 운영 권한을 직접 부여하는 파격적인 ‘신권(神權)’ 시스템을 내세웠다. 이용자가 경쟁을 뚫고 최고 등급인 ‘절대신’에 오르면 몬스터 소환이나 콘텐츠 개방뿐 아니라 서버 내 과금 모델과 업데이트 일정 등 운영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소환물인 갓아머와 영체부터 성장 재화까지 전면적인 거래를 지원하는 자유 경제 체계를 도입하고 24시간 무접속 플레이 모드와 PC원격 제어 서비스인 ‘넷마블 커넥트’를 결합해 하드코어 이용자의 시간 점유 부담을 덜었다.
컴투스가 지난달 26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제우스는 중세 서양 판타지가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서 그리스 신화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채택했으며 배우 박지현이 페이셜 캡처와 음성 더빙으로 참여한 주요 NPC ‘판도라’를 통해 서사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넥슨 ‘프라시아 전기’의 김대훤 전 부사장이 이끄는 에이버튼에서 개발한 제우스는 최상위 이용자뿐만 아니라 중·하위권 이용자도 경쟁 콘텐츠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전장을 세분화했다.
게임을 종료해도 최대 12시간 동안 캐릭터가 스스로 사냥터 복귀와 물약 보급을 수행하는 ‘스마트 케어 AI 모드’와 독점 생산 권한으로 유료 재화(다이아) 수급 기회를 보장하는 경제형 클래스 ‘아티산’을 배치해 무과금 이용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스마일게이트가 엔픽셀과 손잡고 오는 10일 선보이는 이클립스는 시간·과금·경쟁의 세 가지 압박을 줄이겠다는 ‘MMO-Lite’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개발을 총괄한 엔픽셀 이상문 PD는 이용자가 성장 버프를원하는 시점에 직접 켜고 끄는 ‘이클립스 타임’을 도입했다. 운영사가 지정한 특정 시간에 접속을 강제하던 기존의 ‘핫타임’ 관행을 깨고 직장인 등 라이트 이용자가원하는 시간대에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비접속 상태에서도 성장 재화를 모으는 ‘성소’ 시스템과 무기 조합을 통한 ‘권능’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유료 상점 전용 캐시 장비를 배제하고 협동 기믹형 보스 레이드와 필드 파밍을 통해서 상위 장비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해 과금 저항감을 최소화했다.
▲ 1위 수성 VS 100만 대기 수요
하반기 초입부터 이어진 신작 공세에 모바일 앱마켓 매출 순위표도 출렁이고 있다. 선발 주자인 넷마블 솔: 인챈트는 6월 18일 출시 당일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달성한 이후 8월 말까지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통합 매출 순위 2위권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롱런 궤도에 진입했다.
2분기 기준 실질 반영 기간이 약 2주에 불과했음에도 넷마블 전체 매출의 3%를 발생시켰으며 3분기부터는 온기 반영에 따른 실질적인 실적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드코어 MMORPG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자유 경제 시스템과 서버 통치권 개념이 효과적으로 안착했다는 분석이다.
컴투스의 제우스는 지난달 26일 오픈 직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 출시 18시간 만에 솔: 인챈트를 밀어내고 양대 앱마켓 매출 정상을 차지한 후 지금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제우스의 3분기 초기 일평균 매출을 15억원 수준으로 추산하며 시장의 초기 기대를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복잡한 수동 조작의 피로를 던 AI 모드와 계층별 경쟁 시스템이 이용자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기존 선두였던 엔씨의 리니지M 역시 9월 9일 예정된 신규 서버 오픈과 클래스 리부트 등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순위를 끌어올리며 방어전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9월 초 국내 앱 마켓 상위권은 제우스와 리니지M, 솔: 인챈트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오는 10일 참전을 앞둔 스마일게이트의 이클립스는 사전 예약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진행된 온라인 쇼케이스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유료 캐시 장비 배제, 월 최대 300회 소환 지원 등 이용자 친화적 과금 모델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중소과금 이용자들의 대기 수요가 집중되는 분위기다.
▲ 실적 턴어라운드와 포트폴리오 확장…신작에 걸린 기대감
이번 3파전의 결과는 개별 게임의 흥행 여부를 넘어 넷마블,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각 사의 재무 구조와 중장기 사업 전략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넷마블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492억원, 당기순이익 2039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확장을 이어갔다. 넷마블은 신작 파이프라인을 이어가며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어 왔는데 3분기에는 솔: 인챈트의 흥행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 흥행을 통한 안정적 캐시카우 확보가 하반기 실적 반등의 열쇠다.
컴투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70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 자체는 업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더 스타라이트’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타격을 입었던 컴투스였지만 올해에는 제우스가 초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모습니다.
증권가는 제우스의 성과를 반영해 컴투스의 올해 연간 매출을 전년 대비 6.7~9.7% 상승한 7436억~7637억원 수준으로 영업이익을 459억원 안팎으로 추정하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22년 1조5770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한 이후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대표작인 ‘로스트아크’ 등의 매출이 줄면서 전년 대비 5.6% 감소한 1조4365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가 MMORPG 파이프라인을 체계적으로 이어가면서 퍼블리싱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이클립스의 흥행이 절실하다. 이미 솔: 인챈트와 제우스가 매출 1위를 찍은 만큼 이클립스의 부담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MMORPG 대전은 무한 경쟁과 과도한 과금으로 점철됐던 전통적 문법에서 탈피해 이용자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장르 본연의 재미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게임사들의 해법 경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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