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강소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차량 내부 온도를 평균 2~3도, 운전석에서는 최대 7도 가까이 낮춘 ‘나노 쿨링 필름’을 경찰버스에 투입해 실제 운행 환경에서 양산 가능성을 검증한다. 폭염 속 장시간 현장 근무를 이어가는 경찰관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향후 1년간 냉각 성능과 품질을 추적 관찰해 상용화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경찰청 기동본부에서 1기동단 소속 경찰버스 2대에 자체 개발한 나노 쿨링 필름(Nano Cooling Film)을 시공했다. 대상 차량은 13·14기동대가 운용하는 유니버스로, 투과율 90%의 필름을 측면과 후면 유리창에 부착한 뒤 곧바로 현장 임무에 투입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차량용 첨단 소재다. 태양열 일부를 반사하는 기존 틴팅 필름과 달리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을 차단하는 동시에 차량 내부의 적외선을 밖으로 내보내 실내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갖췄다.
구조는 모두 3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두 개 층이 태양에너지의 근적외선대 파장을 반사하고 나머지 한 개 층은 차량 내부에서 발생하는 중적외선대 파장을 외부로 방사한다. 별도의 복잡한 장치 없이 기존 틴팅 필름과 같은 방식으로 차량 유리창에 부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이 첫 실증 무대로 경찰버스를 선택한 것은 기동대원들의 근무 특성을 고려해서다. 경찰관들은 각종 집회·행사와 현장 임무 과정에서 경찰버스를 이동수단뿐 아니라 이동식 사무실과 숙식 공간으로 장시간 사용한다.
반면 경찰버스는 원활한 임무 수행과 관련 규정 준수를 위해 짙은 틴팅을 하기 어려워 여름철 직사광선과 외부 열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실제 현장에서도 폭염에 따른 근무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투명도가 높은 나노 쿨링 필름을 적용하게 됐다.
실제 시험에서도 냉각 효과는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전주공장에서 생산된 유니버스 수소전기차(FCEV)와 초저상 수소전기버스에 투과율 90%의 나노 쿨링 필름을 시공한 뒤 틴팅 등을 하지 않은 차량과 실내 온도를 비교했다.
날씨와 일조량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필름을 부착한 차량은 미시공 차량보다 평균 약 2~3도 낮은 실내 온도를 유지했다.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운전석에서는 온도 차이가 최대 7도 가까이 벌어졌다.
냉각 성능은 탑승자의 쾌적성뿐 아니라 차량의 에너지 효율과도 연결된다. 유니버스를 기준으로 외기 온도 35도의 맑은 날 실내 온도를 27도에서 26도로 1도 낮추는 데 약 1.6kWh의 전력이 필요한 만큼 필름을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열 자체를 줄이면 냉방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전기·수소전기버스 등 친환경차에서는 냉방을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만큼 실제 운행 효율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과도한 에어컨 사용을 줄여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을 낮추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경찰버스 운행은 기술 상용화를 위한 실증 단계의 성격도 갖는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1년 동안 실제 현장 환경에서 냉각 효과와 필름 품질 변화를 추적 관찰하고 성능과 내구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한 뒤 본격적인 양산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앞서 2024년에는 차량 틴팅이 법적으로 금지된 파키스탄에서 현지 운전자 약 70명에게 투명 나노 쿨링 필름을 무상으로 장착하는 ‘메이드 쿨러 바이 현대(MADE COOLER BY HYUNDAI)’ 캠페인을 진행했다. 짙은 틴팅 없이도 차량 내부 열을 낮출 수 있다는 기술적 특성을 현지 규제와 기후 환경에 접목한 프로젝트로, 파키스탄 운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캠페인은 기술뿐 아니라 독창적인 접근 방식도 인정받았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국제 광고제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2024’에서 완성차 업체 최초로 기술을 주제로 한 공식 세미나를 진행했다. 칸 라이언즈와 함께 세계 3대 국제 광고제로 꼽히는 ‘2024 런던 국제 광고제(London International Awards·LIA)’에서는 금상과 동상을 받았고, ‘원 쇼(One Show) 2025’에서도 본상 3개를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캠페인과 자체 차량 시험에 이어 이번에는 실제 장시간 운행과 대기가 반복되는 국내 경찰버스까지 실증 범위를 넓혔다. 경찰관의 폭염 대응을 지원하는 동시에 다양한 운행 환경에서 데이터를 축적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향후 양산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나노 쿨링 필름 연구개발을 맡은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 이민재 책임연구원은 “무더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찰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며 “실제 차량에서의 적용 사례를 계속 늘려가며 추적 관찰해 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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