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15년 동안 전국 곳곳의 밥상을 찾아 한국인의 삶과 음식을 기록해온 ‘한국인의 밥상’이 특별한 손님들을 위해 직접 한 상을 차린다. 최수종을 비롯해 이찬원, 윤주모 셰프가 충남 서천의 100년 고택에 모여 여름 보양식 민어를 손질하고, 전국에서 보내온 식재료까지 더해 손님맞이에 나선다. 오랜 시간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어온 해외 손님들의 사연까지 더해지면서 15주년 특집다운 따뜻한 밥상이 완성된다.
오는 3일 오후 7시 40분 KBS1 ‘한국인의 밥상’ 769회는 15주년 특집 ‘밥 정(情) 세계를 잇다’ 2부작 가운데 1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이 방송된다. 이날 한국을 사랑해온 해외 손님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오고, 이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밥상이 공개된다.
■ 8kg 민어부터 아궁이까지…15주년 밥상에 모인 특별한 손님맞이
충남 서천군 기산면 산정리의 100년 고택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였다. 가장 먼저 손을 걷어붙인 사람은 가수 이찬원과 윤주모 셰프다. 여기에 ‘한국인의 밥상’ 밥상 지기 최수종까지 합류하면서 고택은 어느새 특별한 손님을 맞기 위한 주방으로 변한다.
이들이 준비한 재료는 무려 8kg에 달하는 민어다. 여름철 대표 보양 생선인 민어를 직접 손질한 세 사람은 민어전부터 민어 부레 무침, 민어 맑은탕까지 정성껏 준비한다. 이찬원은 평소 ‘한국인의 밥상’을 즐겨 봤던 시청자이자 한국 음식과 흥을 사랑하는 가수로서 밥상 준비에 힘을 보탠다. ‘흑백요리사2’에서 한식의 깊이를 선보이며 톱5에 오른 윤주모 셰프 역시 자신만의 솜씨를 더한다.
고택의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에는 15년 동안 프로그램이 담아온 한국의 밥상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좋은 음식을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먼 길을 찾아온 손님에게 무엇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마음이 이번 특집의 핵심이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한국인의 밥상’과 인연을 맺었던 출연자들이 각 지역의 특산물을 보내오면서 밥상은 더욱 풍성해진다. 오랜 시간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이 15주년을 축하하는 마음을 음식에 담아 다시 모인 셈이다.
■ 뉴욕에서 아르헨티나까지…음식으로 다시 만난 ‘한국인의 밥상’ 인연
이번 특집을 위해 한국을 찾은 손님들은 저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품고 있다.
첫 번째 손님은 2012년 10월 방송된 뉴욕 편에 출연했던 멜린다 씨다. 당시 ‘한식을 사랑하는 뉴요커’로 소개됐던 그는 직접 키운 깻잎으로 깻잎장아찌를 만들어 최불암에게 선보인 바 있다. 방송 이후에도 꾸준히 한식을 만들며 한국 방문을 꿈꿔온 그는 이번에는 직접 한국의 음식을 배우며 한층 가까이 한국의 식문화를 경험한다.
로버트 씨와 딸 새리 씨도 부녀가 함께 한국을 찾는다. 1983년 선교사로 처음 한국에 왔던 로버트 씨는 한국 가요와 인연을 맺은 뒤 오랜 시간 한국을 또 하나의 고향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특히 부녀가 한국 옛 가요를 리메이크한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다시 한국을 찾은 두 사람에게 음식은 오래전 기억을 되살리는 매개가 된다.
아르헨티나에서 찾아온 황진이 씨의 사연도 특별하다. 한인 최초의 아르헨티나 지상파 방송국 앵커로 활동했던 그는 현재 자신의 채널을 통해 K-컬처를 알리고 있다. 한국과 라틴아메리카를 문화로 연결하는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40년 동안 고국을 찾지 못한 아버지를 대신해 한국을 방문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네 명의 손님이지만 한국을 향한 기억과 애정만큼은 닮아 있다. 누군가는 음식으로 한국을 배웠고, 누군가는 노래를 통해 한국을 기억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의 기억을 따라 고국의 맛을 찾아왔다. ‘한국인의 밥상’은 이들의 사연을 음식과 함께 담아내며 한국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 모시 째기부터 만두 빚기까지…밥상에 담긴 어머니의 세월
해외 손님들은 고택에만 머물지 않고 서천의 일상을 직접 찾아간다. 마을을 둘러보던 이들은 우연히 마을회관에서 한산모시를 만드는 어르신들을 만난다.
어르신들은 앞니를 이용해 모시실을 만드는 ‘모시 째기’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랜 세월 반복해온 고된 노동은 한산모시를 만들어낸 삶의 일부이기도 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실을 뽑아야 했던 어머니들은 그렇게 만든 모시로 자녀를 키우고 가족의 살림을 이어갔다.
15년간 ‘한국인의 밥상’이 만난 수많은 어머니들의 모습도 이와 닮아 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손님이 찾아오면 집에 있는 재료를 꺼내 음식을 마련했던 사람들이다. 방송이 오랜 시간 기록해온 것은 음식의 조리법만이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삶이었다.
해외 손님들은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만두도 빚는다. 각자 다른 모양으로 만두를 만들며 복을 싸서 나눈다는 의미를 배우고, 가족과 이웃이 둘러앉아 음식을 함께 만드는 한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한다.
손님을 보내는 순간에도 한국식 정은 이어진다. 만두를 전하러 갔던 손님들은 오히려 묵은장과 햇장을 더해 숙성한 간장, 텃밭에서 갓 따낸 조선 오이, 고추장과 매실청, 잡젓까지 한 아름의 선물을 받아온다. 멀리서 찾아온 사람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기에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특산물까지 더해진다. 15년 동안 ‘한국인의 밥상’에 출연했던 이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보내온 음식은 프로그램의 시간을 한 상에 모아놓은 듯한 의미를 더한다.
최수종과 이찬원, 윤주모 셰프가 준비한 민어 밥상 역시 이 마음 위에 차려진다. 민어전과 민어 부레 무침, 민어 맑은탕으로 완성된 음식에는 여름철 한국의 식문화뿐 아니라 먼 길을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마음까지 담긴다.
15주년 특집 ‘밥 정(情) 세계를 잇다’는 음식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사람을 연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한국의 밥상을 기록해온 프로그램이 이번에는 자신들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사랑방으로 초대하고 직접 밥상을 차린다. 그 밥상 앞에서 손님과 주인이 구분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한 식구가 되어가는 모습은 ‘한국인의 밥상’이 15년 동안 기록해온 한국 음식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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