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 전 대표라는 구심점을 잃은 조국혁신당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외연 확장은 지지부진했으며 조 전 대표가 지난 평택을 재보궐선거에서 3위로 낙선하면서 당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 혁신당이 신장식 신임 대표를 앞세워 새로운 체제에 돌입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자강론을 앞세운 신장식호는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
지난달 24일 당 대표 후보로 단독 입후보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신장식 후보는 찬반 투표에서 96.7%의 찬성률로 당선됐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차규근 후보가 합산 득표율 59.4%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황현선 후보가 25.7%를 기록해 두 사람은 나란히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외로운 길
신 대표는 자강론을 택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상대해야 할 낡은 기득권의 장벽은 높고 견고하다”며 “이 벽을 돌파하기 위한 우리의 전술은 분명하다. 원팀 혁신당”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 2월 민주당과의 합당 논의 후폭풍이 자당을 휩쓸고 간 만큼 여당과의 관계 설정에 이목이 쏠린 탓이다.
신 대표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적대적 M&A(인수합병)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며 “민주당 일각의 적대적 M&A식 합당 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빛의 광장이 명령했던 개혁의 속도가 아주 더디다. 지금의 민주당, 개혁정당 맞느냐”며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서 진짜 개혁정당은 혁신당”이라고 작심 비판도 쏟아냈다.
신 대표는 민주당을 ‘과감한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거대한 몸집의 코끼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민주당이 “개혁이 느리고 기득권 앞에서 망설이며 보수화되어 가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때로는 실용이란 명분 뒤로 숨어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빛의 혁명을 실천하는 일은 코끼리의 느린 걸음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다”며 “혁신당은 결정적 개혁의 타이밍에 망설임 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내리꽂혀 목표를 낚아채는 송골매처럼, 정확하고 단호하게 개혁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흡수 합당 거부” 자강론 내세운 신
‘검찰개혁’ 매듭 ‘민생 대개혁’ 전환
혁신당은 ‘검찰개혁 100% 완수’를 첫 번째 과제로 내걸었다. 당시 검찰개혁의 핵심 안건인 보완수사권 폐지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도 치열한 토론이 오갔던 만큼 여당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국회 본회의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주도로 통과됐다.
과제를 달성한 혁신당은 곧바로 “정치 검찰과의 전쟁이라는 1막을 내리고, 불평등과의 전쟁이라는 2막을 연다”며 ‘대한민국 민생 대개혁’을 선포했다. “검찰개혁에 쏟던 에너지를 한 톨 남김없이 국민 삶의 질 혁신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새로운 어젠다를 선점하고 민생 정책 정당으로의 외연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혁신당은 “국민의 삶을 직접 챙기겠다”며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섰다.
신 대표는 “을(乙)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더 어려운 병(丙)과 정(丁)의 땀과 눈물을 닦아드리기 위해 ‘민생 기병대’를 발족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혁신당은 경남 거제시를 찾아 긴급 수해복구 지원 활동을 하거나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을 방문해 호남 상인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등 ‘민생 대장정’ 활동을 선보였다.
그러나 개혁의 깃발을 들고 민생 현장을 뛰어도 정당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혁신당의 가장 큰 고민이자 난제였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혁신당은 몇 달째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신당이 바닥 민심을 훑는 사이 민주당은 ‘대통합’을 띄웠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혁신당과의 합당 가능성까지 열어둔 대통합추진단을 띄우자 신 대표는 “소위 일본의 55년 체제, 자민당처럼 1.5당 체제를 만들어서 나머지 야당들을 0.5로 보는 것(인가)”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앞서 김 대표는 대통합 논의 상황과 관련해 “혁신당이 자강의 입장을 주로 내세우고 계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손 뻗은 민주당에 “잡탕 연합” 찬물
당명도 그대로 “2028 총선 최대 고비”
그는 지난 합당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언급하며 “어려움이 있어서 이런 것들을 앞으로 잘 헤쳐나가자고 서로 말씀을 나눴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에서는 김 대표가 ‘비록 혁신당이 지금은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 민주당과의 합당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고 봤다.
이에 신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물 샐 틈 없이 연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민당 1.5당 체제처럼 ‘잡탕 연합’을 생각하시나”라며 “그것을 지향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성격 규정이나 지향점은 나오지 않았다. 그냥 발만 보이는 것이다. (다만) 김 대표가 말씀하시는 것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류 정당 1당이 압도적 다수 정당이 된다면 한국 정치에서 다양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고 역으로 질문했다.
현재 모든 상황이 ‘딜레마’라는 게 한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 원장의 명성 없이는 당의 자립이 힘들어 신 대표의 자강론이 성공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조 원장 없이도 혁신당이 승승장구한다면 역설적으로 ‘조국’이라는 존재 가치가 부정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명 변경 논란이 불거진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원장이 당직에서 한 발짝 물러선 지금이 당의 내부 진영을 재정비할 최적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혁신당 관계자는 “출범 전부터 혁신당은 ‘조국 사당화’로 인식됐다. 혁신당만의 새로운 색을 찾기 위해서는 옛 인식을 버려야 하는데, 당명을 교체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대표는 “장사가 안 된다고 간판부터 바꾼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포괄적으로 강령, 그 다음에 레시피, 서비스,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간판을 바꾸는 것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여전한 존재감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명에서 조국을 빼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당원을 비롯한 구 당권파(조 원장이 당 대표이던 당시 그를 지지한 당내 세력 등)의 반발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어쨌거나 지금도 조 원장이 목소리를 내는 만큼 당에서 조국이란 단어를 지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라면 2028년 총선이 최대 고비”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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