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아동의 '가정형 보호', 원칙을 현실로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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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아동의 '가정형 보호', 원칙을 현실로 만들려면

베이비뉴스 2026-08-31 07:50:00 신고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태어난 아동이 가정의 따뜻한 보호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아동, 가정의 품으로’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다수의 보호출산아동이 시설로 보내지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고, 원가정 보호와 가정위탁 등 가정형 보호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가정의 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과 지지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청 박정화 아동보호전담요원. ⓒ초록우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청 박정화 아동보호전담요원. ⓒ초록우산

2024년 7월, 위기 임산부를 보호하고 영아 유기를 예방하기 위한 보호출산제가 시행됐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 역시 시설보호보다 가정위탁·입양 등 가정형 보호를 우선하는 원칙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영유아를 맞이할 전문 위탁가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자체와 가정위탁지원센터가 가정형 보호를 최우선으로 연계하고자 위탁가정을 찾아 나서지만, 24시간 밀착 돌봄이 필요한 신생아, 특히 산전 관리 이력이 충분하지 않아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아동을 선뜻 맡겠다는 가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단 한 명의 영아라도 가정과 연결하기 위해 아동보호전담요원들은 가정위탁지원센터와 협력해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돌리곤 한다. 그럼에도 적절한 위탁가정을 찾지 못해 일시보호시설이나 아동양육시설로 연계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아이에게 가정의 품을 연결해주지 못한 채 시설보호를 결정해야 할 때면 현장의 전담요원으로서 무력감과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정형 보호 우선원칙’이 말뿐인 원칙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의 한계를 메울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가정형 보호로 연계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현행 아동복지법 시행령 및 보건복지부 지침은 일시보호시설의 보호기간을 최대 3개월, 연장하더라도 6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보호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취지지만, 영유아를 돌볼 위탁가정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보호기간이 끝날 때까지 가정형 보호처를 찾지 못해 다른 시설로 전원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 0~1세의 영아기는 주양육자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보호기간을 이유로 생활환경과 주양육자가 바뀌는 것은 아동의 안정적인 애착 형성과 정서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조금 더 기다리면 가정위탁이나 입양으로 연계될 수 있는 아동이 일률적인 보호기간 때문에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입양대기아동과 보호출산아동에 대해서는 입양 매칭이나 장기 가정위탁 등 안정적인 보호조치가 결정될 때까지 일시보호 기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영아를 돌볼 수 있는 위탁부모 풀을 확대해야 한다. 아무리 제도를 보완해도 결국 아이를 품어줄 가정이 없다면 가정형 보호는 실현되기 어렵다. 아동복지법은 보호대상아동에 대해 가정형 보호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탁부모 발굴과 확대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신생아와 영아를 맡을 수 있는 위탁가정은 더욱 제한적이다. 가정위탁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높이는 공공캠페인과 전국 단위의 위탁부모 발굴·홍보를 국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위탁가정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위탁부모가 아이를 주민등록등본에 올릴 때 아동과의 관계는 ‘자녀’가 아닌 ‘동거인’으로 표기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록할 때,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지자체 바우처를 신청할 때마다 위탁부모는 아동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행정적 불편을 겪는다. 이러한 현실은 위탁부모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민등록법 시행령을 개정해 ‘위탁아동’ 또는 ‘보호아동’ 등 공적 보호 관계임을 명시하는 별도의 지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주민등록등본에 적히는 명칭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위탁가정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위탁부모와 아동이 일상에서 겪는 불필요한 행정적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마지막으로, 위탁부모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보호출산 등을 통해 태어난 신생아를 가정에서 돌보기 위해서는 24시간 밀착 돌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상 위탁아동을 양육하는 근로자는 육아휴직 제도의 보호를 받기 어려워, 아이를 맡을 뜻이 있는 직장인도 생업과 돌봄 사이에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영국의 경우 위탁부모가 아동을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휴가 등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위탁아동 양육 근로자 대상 육아휴직 허용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를 보호하고 아이가 안전하게 세상에 태어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국가의 책임이 아이의 안전한 출생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태어난 아이가 누구의 품에서, 어떤 환경에서 성장할 것인지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온전한 보호가 된다. 가정형 보호를 원칙으로 세웠다면 그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아이를 품을 가정을 늘리고, 위탁가정이 안정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은 더 이상 개인의 선의에만 맡겨둘 수 없다. ‘가정형 보호 우선원칙’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보호출산아동의 삶에서 온전히 실현되기를 바란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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