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수준은 그 도시가 나무를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드러난다. 민원이 있을 수 있고 개발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결책이 벌목이라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구조의 결과다. 오래된 나무를 살리는 비용보다 없애는 비용이 더 싸게 계산되는 한 큰 나무는 늘 밀려난다. 나무가 사라지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이 나무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살아왔는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정말 베어야 하는 나무인지. - 125쪽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숲이 도시의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허파라면 가로수는 도시와 시민을 이어주는 혈관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도심 곳곳에 심겨진 나무들은 쉽게 꺾이고 오염되며 베여나간다. 이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 온 ‘나무 사랑꾼’의 수기가 책으로 나왔다.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없다’는 조경학 박사인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이 자신의 경험을 풀어낸 기록으로, 거리의 나무를 위해 시민들과 힘을 모은 그의 특별한 경험이 담겨 있다. 저자는 현재 가로수시민연대 대표로서 시민플랫폼인 시티트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에는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버드나무 등 누구나 한 번쯤 거리에서 마주쳤을 법한 나무들이 등장한다. 과도한 가지치기와 벌목·폐기, 심지어 독살의 대상이 된 사례를 통해 도시가 효율과 편의라는 명목으로 말 없는 생명을 어떻게 밀어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저자는 ‘남극의 북극곰을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나서면 볼 수 있는 나무들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서술한다. 멀리 있는 자연의 위기뿐 아니라 매일 지나치는 거리의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 관심을 갖는 일에서부터 환경 보호가 시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저자는 그 첫걸음으로 ‘나무에게 이름 붙이기’를 제안한다. 이름 없이 배경처럼 서 있던 가로수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나무는 단순한 시설물이나 조경 요소가 아닌 관계를 맺는 ‘누군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시민 활동 ‘가로수 이웃 만들기’ 역시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가로수 정책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특별한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자신이 사는 도시의 나무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미 곳곳에서 나무의 편에 서고 있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환기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한 그루의 나무를 오래 바라보고, 이름을 알고, 사라질 위기에 놓였을 때 그 편에 서는 행동에서 관계는 시작될 수 있다”면서 “무심히 지나치던 한 그루가 ‘내 나무’가 되면 익숙했던 도시도 달라진다. 어떤 나무를 남기고 없앨 것인지, 그 결정에는 누가 참여하는지, 우리는 어떤 도시에서 살아갈 것인지까지 질문은 넓어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없다’는 나무를 인간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자원이나 풍경이 아니라 도시의 한 자리에서 자기 몫의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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