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잔치는 끝났다…글로벌 긴축에 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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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잔치는 끝났다…글로벌 긴축에 대비할 때

연합뉴스 2026-08-25 06:3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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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세계 경제를 수년간 떠받쳐온 초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시대가 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금리를 올리며 유동성 회수에 나섰다.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유동성 잔치는 끝났고 차가운 긴축의 계절이 다가왔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충격 속에서 세계 경제 거인 중 하나인 일본마저 수십 년간 이어온 초저금리 기조를 벗어난 건 글로벌 긴축의 시작을 상징한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문제는 글로벌 긴축의 충격이 우리에게 조금 더 가혹할 가능성이다. 국내외에서 지적해온 유동성 과잉과 자산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는 세계적 긴축 기조가 본격화했을 때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의 전반적 체력이 본격적인 긴축 국면에서 별 탈 없이 버텨낼 힘을 보유했는지 장담하기만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관계 당국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미리 집안 구조물을 정비하고 취약점을 찾아 개선하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주의 깊게 들여다볼 부분들이 적지 않다. 먼저 실물경제 양극화가 약점이 될 수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부문의 수출 호조가 경제 지표를 지탱하고 있지만, 고물가는 중소 상공인과 민간 소비의 체력을 떨어뜨린 상태다. 유동성이 큰 시기에 연명해온 한계기업들의 부실이 앞으로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전세보증금이 부채 규모 산정에서 빠져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 인상은 소비심리 냉각과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여전해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이 사라지지 않으니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을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전격 인상한 건 환율과 물가 방어를 위해 불가피했지만, 이는 가계와 자영업자, 건설업계 등의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하는 부작용도 수반했다.

한국은 전형적인 개방경제 체제라는 점에서 독자적 통화완화 정책을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에 든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제한된 조건 속에서 최적의 해법을 정교하고 실수 없이 적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취약층과 소상공인에 대한 '핀셋 지원'은 유지하되, 비생산적이거나 불필요한 대출 거품을 제거하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밀한 처방을 통해 선제적으로 금융시장과 가계부채 구조를 건전화해야 글로벌 긴축이 심화하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계적 긴축 국면에선 자본 유출 위험도 상존한다. 여기에 대비하려면 국가 신용도가 흔들리지 않게 유지할 방파제를 튼튼히 쌓아놔야 한다. 외화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시장 안정화 장치도 상시화해야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정부 정책 수단도 각 상황에 맞게 정교하게 분리 운용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는 미세조정 기조 유지, 가계부채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외환 리스크는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등을 통해 각각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업무보고하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업무보고하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6.7.29

살다 보면 어차피 겨울은 온다. 이를 어떻게 감내하고 관리하는지 차이가 봄까지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유동성 거품이 있었다면 차분히 걷어내며 추위를 이겨낼 방법을 하나씩 마련해 가는 수밖에 없다. 재정 및 금융 당국은 미봉책을 지양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면서 체력을 키울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과거에도 그랬듯 한국 경제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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