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코스피가 저점 대비 4% 가까이 반등에 성공했으나 유가증권시장 내 매매거래는 오히려 급감하는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수 회복세에도 증시 변동성에 피로감을 느낀 시중 자금이 은행 정기예금과 달러, 금 등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반등장 속 자금 이탈’이 뚜렷해지고 있다.
◇코스피 반등 시도 속 거래량 30% 감소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7월 31일 6595.45에서 이달 20일 6852.58로 257.13포인트, 3.9% 올랐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5445조1937억원에서 5652조6053억원으로 약 207조원 증가했다.
지수는 올랐지만 실제 매매는 줄었다. 지난달 31일 49조5677억원이던 거래대금은 지난 20일 28조2145억원으로 21조3532억원 감소했다. 감소율은 43.1%다. 거래량도 4억3445만주에서 3억447만주로 29.9% 줄었다.
일평균으로 봐도 거래 감소는 뚜렷하다. 7월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36조9000억원이었지만 이달 3~20일에는 약 26조4000억원으로 내려왔다. 하루 평균 약 10조5000억원이 줄었다.
외국인 비중도 낮아졌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달 31일 40.33%에서 이달 20일 39.82%로 0.5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0일에는 38.78%까지 떨어졌고 이후에도 대부분 39%대에 머물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이례적으로 과열된 측면이 있어 최근 거래 감소를 정상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급락 과정에서 청산당한 투자자들이 반등의 수혜를 누리지 못하면서 개인 투자심리가 상당히 위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예금 1000조 육박…달러·금에도 자금 몰려
증시 거래가 한풀 꺾인 사이 은행 예금과 달러, 금 관련 상품에는 자금이 쌓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0일 998조7064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 984조9399억원보다 13조7665억원 늘었다. 1000조원 돌파까지 약 1조3000억원 남았다.
정기예금은 지난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7월에만 35조5401억원 불어났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당장 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자금이 예금으로 유입된 영향도 반영됐다.
달러예금 증가 폭은 더 컸다.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7월 말 694억4000만달러에서 이달 20일 749억2000만달러로 54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2021년 5월 합산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개인 달러예금도 같은 기간 127억1000만달러에서 132억2000만달러로 5억1000만달러 늘었다. 2022년 2월 이후 4년6개월 만의 최대치다.
금 투자도 다시 늘었다. 이달 1~20일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829억6000만원으로 7월 한 달 판매액 300억1000만원의 2.8배 수준이다. 월말까지 열흘가량 남긴 시점에 이미 올해 1월 판매액 859억4000만원에 근접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은행들이 예금 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에 나서면서 증시에 몰려들었던 자금이 일부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빚투까지 주춤…반등장에도 투자자는 관망
대출을 끌어 주식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주춤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월 말 41조4482억원에서 6월 말 43조2812억원, 7월 말 44조1732억원으로 두 달 연속 늘었다. 하지만 이달 20일에는 44조1080억원으로 7월 말보다 652억원 감소했다.
감소 폭은 0.15%에 그쳐 빚투 수요가 뚜렷하게 꺾였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증시 상승 과정에서 계속 불어나던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감소로 돌아섰다는 점은 이전과 다른 흐름이다.
최근 자금 이동에는 증시 변동성과 원·달러 환율 하락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가 반등했지만 장중 등락 폭이 큰 데다 추가 상승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환율까지 내려오자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은행권의 수신 확보 경쟁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까지 겹치면서 정기예금의 금리 매력도 다시 커졌다. 투자자들도 증시에서 수익을 적극적으로 좇기보다 예금 이자를 확보하거나 달러·금으로 자산을 나눠 담으며 시장 방향을 지켜보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수는 반등하고 있지만 투자심리 회복을 동반한 추세 반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투자자들이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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