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모차르트의 음악은 270년 동안 끊임없이 다른 연주자의 손과 목소리를 거쳐왔다. 1756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 1791년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짧은 생애 동안 6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과 ‘돈 조반니’, ‘마술피리’, 교향곡 제41번 ‘주피터’, ‘레퀴엠’ 등은 지금도 세계 무대에서 연주되는 레퍼토리다. 탄생 270주년인 2026년에도 유럽을 비롯해 국내 여러 공연장에서 그의 작품을 기념하는 무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모차르트를 기념하는 방식은 화성에서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장애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가 그의 음악을 함께 연주하며, 클래식의 오래된 레퍼토리 안에서 장애예술가의 음악적 역량을 직접 보여주는 공연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오는 9월 2일 오후 7시 30분 화성유엔아이센터 화성아트홀에서 열리는 ‘국제 장애인 공연예술제’다.
■모차르트라는 오래된 음악, 새로운 연주자를 만나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흔히 명료한 선율과 정교한 구성, 균형 잡힌 형식미로 설명된다. 그의 작품은 특정 시대의 음악에 머물지 않고 후대 연주자들이 각자의 해석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2026년 국내에서도 대전시립교향악단 등이 탄생 270주년을 기념해 모차르트 작품을 주제로 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국제 장애인 공연예술제’는 이 같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장애예술가의 연주와 연결한다. 장애를 공연의 소재로 내세우기보다 예술가가 가진 목소리와 악기 연주를 통해 작품을 들려주는 방식이다.
출연진에는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예술가들이 참여한다. 최초의 전신마비 휠체어 성악가 이남현을 비롯해 시각장애 소프라노 이정우, 발달장애 바이올리니스트 송우련, 시각장애 첼리스트 김민주, 시각장애 클라리네티스트 엄희준, 시각장애 색소포니스트 이예슬이 무대에 오른다.
성악과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색소폰 등 서로 다른 악기의 연주자들이 모차르트라는 공통 레퍼토리 안에서 만난다는 점도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각각의 연주 활동을 이어온 장애예술가들이 한 무대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서 장애예술의 범위를 특정 장르에 한정하지 않는다.
■‘함께 연주한다’는 것의 의미
공연에는 비장애 예술가들도 참여한다. 뮤지컬배우 임연희, 소프라노 박현진, JTBC ‘팬텀싱어2’ 출연 테너 안세권이 합동 무대를 꾸민다. 방송인 김기리는 사회를 맡는다.
오케스트라 편성은 HB오케스트라가 담당한다. 바이올린 닐루파르 무히디노바가 악장을 맡고 유수진, 이효, 이연화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비올라 이창민, 첼로 박천휘, 플루트 오아라, 오보에 김소영, 클라리넷 이소민, 바순 고경훈, 피아노 김민지가 함께한다. 지휘와 해설은 이혜원이 맡는다.
이처럼 장애예술가 개인의 무대에 그치지 않고 성악가와 기악 연주자,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공연의 음악적 규모도 키웠다. 장애예술가에게 별도의 무대를 제공하는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같은 작품을 연주하는 연주자로서 장애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를 한 무대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과 자립 기반 확대를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해왔다. 2022년 발표된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기본계획에는 장애예술인의 일자리 확대와 지자체·공공기관 연계, 예술강사 및 파견 지원 확대 등이 담겼다. 장애예술이 창작 활동을 넘어 지속적인 예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
그런 점에서 공연 한 편이 갖는 의미는 출연자 숫자나 프로그램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장애예술가가 자신의 작품과 연주로 관객을 만나고, 비장애 예술가 및 오케스트라와 동일한 공연 프로그램 안에서 호흡하는 기회 자체가 장애예술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화성에서 시작되는 ‘장애예술의 세계화’
주최사인 HB ART는 ‘Harmony & Balance’, ‘Heart Beat’, ‘Hope bridge ART’의 약어를 이름에 담았다. 문화예술을 통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음악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희망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공연 역시 이 같은 방향에서 장애예술의 국제화를 목표로 기획됐다.
‘국제 장애인 공연예술제’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제’라는 이름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익숙한 클래식 작곡가의 음악을 장애예술가들이 직접 해석하고, 이를 비장애 예술가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확장한다는 데 있다. 장애예술을 별도의 장르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공연예술의 언어로 관객과 만나는 방식이다.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은 그의 음악을 돌아보는 기념의 시간인 동시에, 누가 그 음악을 연주하고 어떤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지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8세기 유럽에서 탄생한 음악이 2026년 화성의 공연장에서 장애예술가들의 목소리와 연주로 다시 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연은 장애예술가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모차르트라는 보편적인 클래식 레퍼토리를 통해 이들의 음악을 관객에게 직접 들려주는 자리로 마련된다. 장애예술의 세계화를 내건 기획이 실제 무대에서 어떤 음악적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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