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뼈대와 쇼팽의 박동… 이여경이 해부하는 기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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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뼈대와 쇼팽의 박동… 이여경이 해부하는 기보의 비밀

뉴스컬처 2026-08-09 16:00:01 신고

이여경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 사진=아투즈컴퍼니
이여경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 사진=아투즈컴퍼니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악보 위에 박제된 기호들이 피아니스트의 정밀한 타건을 거쳐 거대한 입체 건축물로 솟아오른다.

피아니스트 이여경이 독주회 ‘음악의 기하학 II: 새김 NOTATION’을 개최한다. 2024년 ‘변형’을 화두로 삼았던 첫 시리즈에 이어 작곡가의 머릿속 소리가 기호와 규칙을 통해 악보로 변환되는 과정인 ‘새김’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음표와 리듬, 화성의 관계를 점·선·면의 조합에 빗대어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학구적 프로젝트다.

첫 곡은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의 ‘피아노 에튀드 제1권 중 제2번 개방현(Cordes à vide), 제4번 팡파르(Fanfares)’다. 1985년 작곡된 제1권의 수록곡으로, 서로 다른 속도와 악센트를 중첩하는 치밀한 리듬 설계가 특징이다. 이어 프레데리크 쇼팽(Frédéric Chopin)의 ‘바르카롤 올림바장조 작품 60(Barcarolle in F-sharp Major, Op. 60)’을 연주한다. 1845년부터 1846년 사이 쓰인 후기 피아노 작품으로 반복되는 박과 유려한 선율을 통해 뱃노래 특유의 장르적 박동을 건반 위에 새긴다.

1부 대미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중 샤콘느를 페루초 부조니(Ferruccio Busoni)가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한 ‘샤콘느 라단조 BWV 1004(Chaconne in D Minor, BWV 1004)’가 장식한다. 반복되는 화성 골격 위에 무수한 변주가 쌓아 올려지는 구조를 띠며, 현악기의 다성적 조직을 현대 피아노의 넓은 음역과 화성으로 치환한 걸작이다.

휴식 후에는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의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을 전개한다. 1874년 작곡된 이 모음곡은 세상을 떠난 친구 빅토르 하르트만의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각적 이미지를 음역과 화음으로 번역하고, 전시장 안을 걷는 관람자의 이동을 ‘프롬나드(Promenade)’로 묘사하며 기보법의 뚜렷한 시각화를 증명한다.

이여경은 예원학교 졸업, 서울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도독해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학사, 석사,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라디오 심포니, 독일 필하모니셰스 캄머오케스터 베르니게로데 등 유럽과 국내 주요 교향악단과 협연해 기량을 다졌다. 하노버 국립음대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및 한세대학교, 총신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다. 귀국 후 작곡가 나열식 구성을 탈피하고, 명확한 개념 아래 시대를 관통하는 테마형 리사이틀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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