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서울 종로구 서촌 미앤갤러리가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특별기획전 ‘NOMAD COLLECTION(노마드 컬렉션)’을 개최한다. 광프리카, 비자르플랫폼, 칵티스터, 녹오, 모디스트하우스, 바자르노보더스, 오정, 오리지널펑크 등 총 8개 브랜드가 출품했다.
기획은 한 여행자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모았다는 가상 설정에서 출발한다. 고가의 미술품만 선별한 전통적 소장 관행을 탈피해 화분, 도자기, 여행 기념물, 길거리 예술 등 성격이 상이한 대상들을 한 방에 모은 수집실 형태를 띤다. 사물의 금전적 가치나 희소성에 얽매이기보다 개인의 안목과 기억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고찰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노마드'라는 제목은 이동성과 수집 행위의 연관성을 대변한다. 가상의 여행자는 장소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사물을 발굴하고, 낯선 환경에서 획득한 경험을 자신만의 취향으로 번역한다. 수집품은 방문 지역을 증명하는 기념물이자 특정 시기의 감각을 보존하는 매개체다. 이질적인 문화권과 제작 방식을 간직한 물건들을 한데 엮어 수집자의 안목이 어떤 새로운 관계망을 구축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광프리카, 비자르플랫폼은 아프리카 희귀 괴근식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굵고 비정형적인 뿌리와 줄기가 척박한 건조 기후를 견뎌낸 생존의 훈장처럼 빛난다. 잎과 꽃에 집착하던 낡은 관엽식물 감상법을 비웃듯, 기괴한 뿌리 형태 자체가 육중한 조형 요소로 승격한다.
칵티스터는 유포르비아 프랑코이시아이 품종 브리딩에 정통한 태국 브리더 Best의 산물이다. 태국 최고 권위 대회를 2년 연속 제패한 내공을 자랑한다. 브리딩은 특정한 형질을 보유한 개체를 솎아내 반복 번식시키는 고단한 노동의 집약체다. 희귀식물을 일차원적 소비재로 취급하던 낡은 시야를 매섭게 교정한다.
녹오는 신라시대 경산토기 모티프를 차용해 현대적 토우, 화분, 화병을 빚어낸다. 고대 생활, 의례 문화가 깃든 유물 외형을 맹목적으로 복제하는 짓을 피했다. 흙 특유 질감과 비례감을 현재 인테리어 감각에 절묘하게 접목하며 전통 공예 현대화의 치밀한 모범을 입증한다.
오정은 뿌리 건강, 수분 조절 등 식물 생장 조건을 극대화한 실용적 화분을 설계한다. 화분을 식물 돋보이게 하는 밋밋한 배경으로 격하시키는 오만을 꼬집는다. 배수 구멍, 화분 깊이, 흙 건조 속도가 식물 생존을 판가름하는 절대적 기준임을 강하게 역설한다.
바자르노보더스는 다문화권 공예품을 융합 진열하며 이국적 장식품으로 얄팍하게 소비하는 작태를 맹비난한다. 생산지 기후, 재료, 종교적 맥락을 꼼꼼히 역추적하며 수집 문화가 짊어져야 할 묵직한 인문학적 질문을 투척한다. 모디스트하우스는 가상의 여행 캐릭터 '모디'를 내세워, 파편화된 지역 기억이 촉매제를 만나 입체적 서사로 팽창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시연한다.
오리지널펑크는 거친 올드스쿨 펑크 그래피티를 공간 구석구석에 강제 이식한다. 다채로운 식물과 도자가 뿜어내는 정적인 아우라를 날카로운 선과 팝한 색채로 난도질해버린다. 화분에 관람객 이니셜을 새기는 각인 프로그램은 익명 대량생산품을 개인화된 애착 기록물로 단숨에 둔갑시킨다.
'노마드 컬렉션'은 갤러리 문턱을 과감히 허물고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팝업 형태를 띠며 자본주의적 소비와 문화 감상을 교묘하게 섞어버렸다. 닷새간 속도감 있게 휘몰아치는 일정 속에서 불규칙한 식물, 거친 도자 흙빛, 타국 공예품, 도발적인 그래피티가 통제 불능 상태로 뒤엉킨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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