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관객 하나 되는 기다림의 장…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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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관객 하나 되는 기다림의 장…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연합뉴스 2026-08-08 11:35:07 신고

무대에서 실험하는 느슨한 공동체…서사·볼거리 과감히 배제

3시간 공연 내내 자유롭게 출입…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의 관객들이 연극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08.07 hyun@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연극이 시작됐지만,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연장은 여전히 어수선하기만 하다. 공연 내내 관객이 소란스럽게 공연장을 들락거리거나, 옆 사람과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연극이 끝나자 관객은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이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 공연장을 홀연히 떠난다.

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기존 연극의 틀을 과감히 해체하는 실험적 무대였다. 30명의 배우와 160여명의 관객이 3시간 동안 극장에 모여 375년 만의 개기일식을 기다리는 것이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공연은 '기다림'이라는 행위 자체를 무대의 중심에 놓는다. 관객은 입장과 동시에 배우들과 함께 개기일식을 기다리는 상황에 놓인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흐려지고, 배우와 관객 모두가 일시적 공동체를 이룬다.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의 관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2026.08.07 hyun@yna.co.kr

공연이 시작돼도 별다른 알림은 없다. 무대 벽면의 개기일식 시작 시각을 알리는 숫자만이 매초 변한다. 관객과 배우의 구분은 모호하다. 공연장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는 이들이 배우인지 관객인지 쉽게 알 수 없다.

공연장은 암전도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따분한 기다림을 주위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버틴다. 공연장 출입도 자유롭다. 언제든 공연장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기다림에 합류할 수 있다.

작품은 연극의 서사적 구조나 화려한 볼거리도 과감히 배제한다. 관객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누워 자거나, 운동을 하거나, 옆 사람과 대화하거나, 공연장 밖으로 나가는 등 다양한 기다림의 모습이 펼쳐진다.

배우인지 관객인지 구분이 불가능한 한 여성은 돗자리를 뒤집어 아래에 빼곡하게 글을 쓰기도 했다. 파도 소리, 염소 울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관객의 웅성거림까지 모두가 무대의 일부가 된다.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의 배우들이 개기일식을 중계하는 장면. 2026.08.07 hyun@yna.co.kr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연극의 본질과 극장, 관객, 배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 작품이었다. 기존 연극의 고정된 역할과 관람 방식을 무너뜨리고, 관객과 배우의 구분 없이 자율성과 상호 응답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30명의 배우가 관객과 같은 처지에서 기다림을 함께하며, 모두가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접근성 역시 중요한 요소다. 자폐 스펙트럼이나 발달장애가 있는 관객 등 다양한 이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정했다. 음성 해설 송수신기, 소음 차단 헤드셋, 이어 플러그, 선글라스 등 감각 완화 물품을 대여할 수 있고, 수어 통역사와 지원자가 공연장 안에 상주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보행 서비스도 제공된다. 자막 해설과 문자 통역도 극장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의 배우와 관객들이 연극의 종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6.08.07 hyun@yna.co.kr

이 실험적 무대는 관객에게 단순한 관람이 아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을 선사한다. 오늘 극장에서 본 것이 우리가 함께 만든 것임을, 그 느슨하고 일시적인 공동체가 연극의 진짜 주인공임을 일깨우려는 의도로 읽힌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기다림을 경험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연극이 무엇인지, 극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왜 극장에 모이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공연이었다.

새로운 연극적 경험을 원하는 관객은 오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함께 개기일식을 기다릴 수 있다.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의 배우와 관객들이 연극의 종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6.08.07 hyun@yna.co.kr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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