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라면 고양이가 가끔 구토하는 모습은 비교적 흔하게 보게 된다. 하지만 구토가 반복되거나 식욕부진, 체중 감소, 무기력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동물병원을 찾을 것이다. 이렇게 동물병원을 찾았는데 단순 소화불량이 아니라 췌장염과 염증성장질환, 담관간염까지 함께 진단받는 고양이들이 있다. 언뜻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질환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염증이 여러 장기로 번지면서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세동이염이라고 하며 고양이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복합질환이다.
세동이염은 세 가지 장기에 동시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염증성장질환, 담관간염, 췌장염이 함께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했듯 세동이염은 고양이에게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인데 그 이유는 고양이만의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 때문이다. 고양이는 담관과 췌장관이 하나로 합쳐진 뒤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장이나 간, 췌장 중 한 곳에서 염증이 시작되면 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쉽게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반복적인 구토다. 초기에는 구토만 보고 단순 소화불량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토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면 주의해야 한다. 식욕이 감소하거나 체중이 줄어들고 설사와 무기력증을 함께 보이는 경우도 많다. 담관간염이 심한 경우에는 눈이나 잇몸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난다.
세동이염은 방치할수록 장기의 기능이 매우 저하된다.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 외분비췌장기능부전이나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담관간염은 담관폐색, 황달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염증성장질환이 지속되면 소화흡수능력이 떨어지면서 역류성식도염, 저단백혈증 등의 이차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세동이염은 한 장기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장기의 기능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복합질환인 만큼 반복적인 구토나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동이염을 검사할 때는 한 가지 검사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필요에 따라 합병증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혈액검사, 복부초음파검사, 조직검사, 세침흡인검사, 췌장염키트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치료를 할 때는 세 장기 각각의 개별 치료가 진행돼야 하며 수액 치료와 함께 항구토제, 진통제 등을 사용한다. 또 지방 함량이 낮고 소화가 잘 되는 가수분해 단백질 처방 사료를 급여한다.
고양이는 아파도 증상을 잘 드러내지 않는 동물이다. 이에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며 반복되는 구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구토가 반복되거나 식욕이 감소하고 체중이 줄어든다면 단순한 위장 문제가 아니라 세동이염과 같은 복합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할수록 여러 장기로 염증이 확산하는 것을 막고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글 신성우 화성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 헬스경향 조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