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광인, "제가 저를 먹었는데요"... '식인일기', 2026년 서울 무대에 다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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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광인, "제가 저를 먹었는데요"... '식인일기', 2026년 서울 무대에 다시 섰다

STN스포츠 2026-08-07 18:24:32 신고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공연창작소 숨은 창작 연극 '식인일기'를 서울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공연한다. (▲식인일기). /사진=공연창작소 숨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공연창작소 숨은 창작 연극 '식인일기'를 서울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공연한다. (▲식인일기). /사진=공연창작소 숨

[STN뉴스] 류승우 기자┃루쉰의 문제작 '광인일기'가 2026년 한국 청년의 삶으로 되살아났다. 연극 '식인일기'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경쟁 사회를 B급 코미디와 인형극으로 비틀며, 웃음 뒤에 남는 불편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웃음 끝에 남는 서늘함… '식인일기'가 무대에 오른다

1918년 발표된 루쉰의 대표작 '광인일기'가 10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서울 무대에서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공연창작소 숨은 창작 연극 '식인일기'를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공연한다. 평일은 오후 7시 30분, 주말은 오후 3시에 막을 올리며 월요일은 공연하지 않는다. 러닝타임은 80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광인'은 사라졌지만, 광기는 남았다

루쉰이 그린 광인은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고 절규했다.이번 작품은 원작과 다른 질문을 꺼낸다. 이번 작품은 질문의 방향을 바꿨다. 누군가에게 잡아먹히는 세상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시대를 무대 위에 올렸다.

더 좋은 점수, 더 나은 스펙, 더 작은 실패를 위해 자신을 끝없이 몰아붙이는 청년. 작품은 그런 모습을 '식인'이라는 상징으로 풀어낸다. 남이 나를 먹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먹는 시대라는 설정이다.

웃기려고 시작했는데… 객석 웃음이 멈추는 순간

공연은 무겁게 시작하지 않는다. 곰팡이 면적을 겨루는 약자 배틀, 무주택 10주년 기념파티, 가난을 연출하는 홈스타일링 같은 장면이 이어진다. 엉뚱한 설정과 과장된 상황이 객석을 웃긴다.

하지만 웃음이 이어질수록 무대는 조금씩 정육점으로 변한다. 철문이 내려오고, 고리가 걸리고, 몸은 상품처럼 다뤄진다. 관객은 막이 내릴 무렵에서야 자신이 방금 웃었던 장면들이 한 사람을 '고기'로 만드는 과정이었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배우와 인형이 함께 만드는 낯선 풍경

'식인일기'는 배우의 연기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배우와 인형이 같은 무대에 선다. 인형은 청년들의 불안을 대신 움직이고 배우는 그 불안을 몸으로 버틴다. 낯선 인형극 형식이 현실 풍자를 한층 날카롭게 만든다.

루쉰이 던진 질문, 서울에서 다시 살아나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은 '아Q정전', '공을기', '고향', '축복' 등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광인일기'는 중국 신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으며 지금도 동아시아 독자들에게 널리 읽힌다.

'식인일기'는 원작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배경을 오늘의 한국으로 옮겼다. 각자도생이 일상이 된 현실, 끝없는 자기검열, 경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경을 무대 언어로 풀어냈다.

공연은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열린다. 평일 공연은 오후 7시 30분, 주말은 오후 3시에 시작하며 월요일은 쉰다. 러닝타임은 80분, 12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제작은 공연창작소 숨, 후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가 맡았다.

이번 작품은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루쉰의 소설 '광인일기'를 원작으로 삼았다. 정욱현 연출이 오늘의 한국 사회로 무대를 옮겼고, 이주영이 각색을 맡아 원작의 문제의식을 동시대 청년들의 현실에 맞게 풀어냈다. 기획은 정철현, 조명디자인은 조성현, 무대감독은 정지환, 의상은 허란, 그래픽은 김도연, 인형 제작은 기태인이 담당했다. 조연출은 박민정·이윤서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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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N뉴스=류승우 기자 invguest@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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