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만든 AI 영상, 독 될 수도…무분별한 합성 콘텐츠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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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만든 AI 영상, 독 될 수도…무분별한 합성 콘텐츠 '경고등'

르데스크 2026-06-26 16:16: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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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특정 인물을 조롱하거나 허위 발언을 사실처럼 꾸민 콘텐츠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영상과 음성으로 정교하게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단순한 패러디나 풍자를 넘어 허위정보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을 대상으로 한 AI 합성 영상이 잇따라 제작·공유되면서 생성형 AI의 윤리적 활용과 플랫폼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유튜브 등 SNS에서는 홍명보 감독을 생성형 AI로 합성한 조롱 영상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 중 황희찬 선수에게 전술을 지시하는 실제 장면을 AI로 변형해 홍 감독이 황 선수에게 "뭐 하는 짓이야"라고 비난하자 황 선수가 홍 감독을 향해 "너 때문에"라고 외치며 주먹을 휘두르는 것처럼 연출한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패러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에 홍 감독의 얼굴을 합성하는 제작 과정을 소개한 영상이 올라오는가 하면 경기 직후 홍 감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것처럼 조작한 이미지도 제작되고 있다. 홍 감독 대신 방송인 이경규를 대표팀 감독으로 내세운 사진도 공유되며 "차라리 이경규가 감독을 맡는 게 낫겠다"는 식의 조롱성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충격적인 패배에 있다. 한국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FIFA 랭킹 61위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했다. FIFA 랭킹 24위인 한국은 경기 전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1승 2패로 조 3위에 머물면서 자력으로 32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 최근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유튜브 등 SNS에서는 홍명보 감독을 생성형 AI로 합성한 조롱 영상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사진은 AI를 활용해 형성한 콘텐츠의 모습. [사진=스레드 갈무리]

 

경기 직후에는 박지성, 안정환, 박주호, 김영광, 구자철 등 국가대표 출신 축구인과 해설위원들은 대한축구협회와 홍 감독의 전술, 경기 운영을 잇달아 비판했다. 해외 언론도 비판에 가세했다. 미국 폭스 스포츠는 "한국 축구의 상징인 손흥민을 벤치에 앉힌 결정이 참담한 패배의 신호탄이 됐다"고 평가했으며 ESPN은 "무리한 도박을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디 애슬레틱 역시 "색다른 시도가 오히려 팀에 부담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AI를 활용해 만든 조롱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24년 유로 대회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었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Sir Gareth Southgate OBE)가 기자회견에서 욕설을 쏟아내는 것처럼 만든 AI 영상이 틱톡과 유튜브 등에서 확산됐다. 


평소 차분하고 절제된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거친 말을 하도록 만든 것이 웃음 요소로 활용됐다. 당시 영상의 입 모양과 음성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 패러디임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일부 영상은 별도의 AI 표시 없이 유통돼 실제 발언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지난 2024년 맨체스터시티가 토트넘에 패한 뒤 펩 과르디올라(Pep Guardiola) 감독이 토트넘을 형편없는 팀이라고 비난하고 맨시티와 재계약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AI 영상이 인스타그램에 공개됐다. 해당 인터뷰는 과르디올라가 하지 않은 발언이었음에도 영상과 목소리를 합성해 진짜 기자회견처럼 꾸몄다.


2025년 NBA에서는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가 임신한 모습으로 묘사하거나 기괴한 상황에 등장시키는 이른바 'AI 브레인롯' 영상이 대량으로 확산됐다. 당시 르브론 측은 2025년 자신의 모습을 학습시킨 AI 모델과 관련 업체에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후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 일부가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24일(현지시간) 남아공전에서 황희찬 선수에게 전술을 지시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누리꾼들은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하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한 조롱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직장인 홍서희 씨(29·여)는 "어제 경기는 어떻게 이렇게 무기력하게 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망스러웠지만 AI를 활용해 만든 영상으로 감독을 비판하는 것과 실제 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만들어 조롱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생성형 AI가 너무 쉽게 사용되다 보니 이런 영상이 계속 만들어지고 퍼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풍자와 비판은 가능하지만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콘텐츠는 선을 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일상적으로 활용되면서 특정 인물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콘텐츠 역시 더욱 쉽고 빠르게 제작·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창배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생성형 AI는 누구나 몇 분 안에 실제와 유사한 영상과 음성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며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타인을 조롱하거나 허위 사실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악용될 경우 사회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풍자와 비판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할 수 있지만 실제 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AI로 만들어 특정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대중을 오인하게 하는 콘텐츠는 전혀 다른 문제다"며 "특히 생성형 AI가 일상화된 만큼 이용자의 윤리의식과 플랫폼의 관리 책임도 함께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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