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은 오래 칭찬받았다. 시험, 업무, 회의, 검색 환경까지 정답에 가까운 문장을 먼저 내놓는 사람이 유능해 보였다. '질문의 격'은 그런 습관을 의심한다. 문장 끝에 물음표를 붙인다고 모두 질문이 되지는 않는다. 묻는 형식을 갖췄지만 속에는 불평, 비난, 통제가 숨어 있을 때 대화는 막힌다. '질문을 사고의 방향을 정하는 기술로 읽는다.
핵심은 질문의 수준이 앎의 수준을 드러낸다는 주장이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은 이미 알아서 침묵하는 경우보다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핵심 어휘를 잡지 못하면 물음도 흐려진다. 맥락을 놓친 질문은 상대의 답을 끌어내기보다 대화를 흩뜨린다. 질문을 문해력, 어휘력, 언해력의 문제로 확장한다. 좋은 질문은 호기심의 산물이기 전에 정리된 사고의 결과다.
인공지능은 묻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 질문이 느슨하면 답도 흐려지고, 맥락이 빈약하면 결과물의 쓰임도 줄어든다. 중요한 일은 프롬프트 작성 요령을 익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AI가 내놓은 답이 맞는지, 빠진 것은 없는지, 어떤 전제를 품고 있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질문 능력은 이제 정보를 얻는 기술보다 검증의 힘에 가깝다.
강점은 실용적이면서도 질문을 태도의 문제로 다룬다는 데 있다. 옳은 질문은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고 말하고 싶게 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려는 위치에서 내려와야 대화가 시작된다. 아쉬움도 있다.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의가 반복될 때, 실제 사례의 밀도가 더 있었으면 하는 갈증이 생긴다. 학교, 직장, 가족 대화에서 어떤 문장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더 많이 제시됐다면 설득력이 한층 살아났을 것이다.
좋은 답을 얻고 싶다면 좋은 물음을 준비해야 한다. 질문은 생각의 훈련이다. 낡은 답이 더 이상 맞지 않을 때 필요한 일은 물음의 수정이다. 답만 빨리 구하는 사회에서 질문의 격을 따지는 일은 느려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생각 없는 속도는 오답을 빠르게 퍼뜨릴 뿐이다. 결국 잘 묻는 사람만이 제대로 듣고, 다르게 보고, 스스로 답을 고칠 수 있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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